기후 온난화의 두 얼굴

기후 온난화의 두 얼굴 

— 바다는 넘치고, 강은 마릅니다



들어가며: 하나의 원인, 정반대의 두 결과

2026년 여름, 유럽의 혈맥이라고 하는 라인강을 중심으로 기묘한 장면이 동시에 관측되고 있습니다. 북해 연안의 항구 도시들은 상승하는 해수면에 대비해 방벽을 높이고 있는데, 그 항구에서 출발한 바지선들은 내륙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라인강 중류에서 멈춰 서 있습니다. 바다는 물이 넘쳐서 문제이고, 강은 물이 말라서 문제입니다. 모두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같은 원인이 동시에 정반대 결과를 낳는 것일까요. 이 질문은 언뜻 역설처럼 보이지만, 시스템 구조를 들여다보면 역설이 아니라 필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두 현상의 팩트를 정리하고, 이어서 시스템사고(Systems Thinking)를 통해 두 가지 렌즈 — 피드백 관점과 저량-유량(Stock-Flow) 관점 — 로 이 두 얼굴이 사실은 하나의 구조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제1부. 팩트: 데이터가 말하는 두 현상

1. 바다 — 해수면 수위는 꾸준히, 그리고 점점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Global Mean Sea Level, GMSL) 수위는 1880년 이후 약 21~24cm 상승했습니다[1]. 위성 고도계 관측이 시작된 1993년 이후만 보면 연평균 약 3.4mm씩 상승했고, 누적으로 약 10cm가 올라갔습니다[2, 3]. 더 주목할 점은 속도입니다. 20세기 대부분 기간의 연평균 상승률이 약 1.4mm였던 데 비해, 2006~2015년에는 연 3.6mm로 약 2.5배가 되었고[1], 위성 관측 30여 년 동안 연간 상승률은 두 배 이상으로 가속되었습니다[3]. NASA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의 상승률은 예상치(연 0.43cm)를 웃도는 연 0.59cm를 기록했습니다[3].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구 얼음의 일생과 여정을 육지 출신 얼음과 바다 출신 얼음으로 구분해서 소개합니다. 

[육지 출신 얼음의 일생]  
  • 빙상(Ice Sheet): 육지 전체를 덮고 있던 거대한 얼음이,
  • 빙하(Glacier): 육지를 지나 강처럼 천천히 흘러내려서,
  • 빙붕(Ice Shelf): 육지 끝에서 바다 위로 밀려 나가 걸쳐 있다가,
  • 빙산(Iceberg): 툭 떨어져 마지막에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게 됩니다.

[바다 출신 얼음] 
  • 해빙(Sea Ice): 처음부터 바닷물 자체가 추위로 얼어붙어 바다 표면을 덮고 있는 짠 얼음입니다.
빙상·빙하·빙붕·빙산의 차이를 아셨으니 상승의 원인 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육지 빙하·빙상의 융해((融解): 그린란드·남극 빙상과 산악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되어 바닷물의 총질량을 늘립니다. 최근 관측에서 연간 약 2mm의 상승분이 여기서 나옵니다[4].

해수의 열팽창(thermal expansion): 온실가스가 가둔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하는데, 데워진 바닷물은 부피가 늘어납니다. 이 열팽창이 연간 약 1mm의 상승분을 만들어 왔습니다[4, 5].

부피 개념인 해수면 수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육지에서 유입되는 담수(질량의 증가)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열팽창(부피 증가)입니다. 통상적으로는 융빙수(融氷水, Meltwater)  유입이 약 3분의 2, 열팽창이 약 3분의 1 정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2024년에는 이 비율이 역전되어 열팽창이 상승분의 3분의 2를 차지했습니다[3]. 이는 해수면 상승의 주된 요인이 바뀐 것입니다. 빙상·빙하가 녹은 담수 유입에 의한 질량 증가에서 지구 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다의 부피 증가로 바뀐 것이죠. 

2. 강 — 라인강은 관측 사상 최저 수위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라인강의 지류. - 출처: 위키피디아


라인강은 유럽 내륙 물류의 대동맥입니다. 바젤에서 북해에 이르는 전 구간의 연간 화물 운송량은 2022년 기준 약 2억 9,200만 톤에 달했으며[6], 네덜란드 구간 통행량까지 포함하면 약 3억 1,000만 톤 규모로 추정됩니다[7]. 로테르담·안트베르펜의 대형 항만과 뒤스부르크, 만하임, 루트비히스하펜(BASF), 바젤에 이르는 철강·화학·에너지 산업 벨트가 이 수로 하나에 걸려 있습니다.

그런데 2026년 8월, 라인강 항행의 병목 지점인 카우프(Kaub) 수위계는 25cm까지 내려가 2018년 10월에 기록된 역대 최저치와 같은 수준에 도달했습니다[8]. 주목할 점은 시점입니다. 2018년에는 10월에야 도달했던 수위를 2026년에는 한여름에 이미 찍은 것입니다.


저수위의 물류 파급은 즉각적이고 비선형적입니다.   

  • 적재량 붕괴: 독일 연방수로선박청에 따르면 카우프 수위가 40~50cm 수준이면 선박은 평상시 적재량의 약 20%만 실을 수 있습니다[9]. 평소 500개 컨테이너를 싣던 바지선이 100개만 싣고 운항하는 상황이며[10], 일부 구간에서는 적재율이 10% 수준까지 제한되었습니다[11]. 전형적인 바지선 적재량이 약 5,100톤에서 약 800톤으로 떨어져, 같은 화물을 옮기는 데 배가 여섯 척 이상 필요해졌습니다[8].
  • 운임 폭등: 로테르담에서 카우프 이남 구간으로 가는 운임은 평상시 톤당 약 20유로에서 약 150유로 수준으로 뛰었고[8], 컨테이너당 1,100달러가 넘는 저수위 할증료가 부과되기도 했습니다[10].
  • 대체 수단의 한계: 바지선 한 척은 트럭 약 100대 분량에 해당하는데, 유럽의 도로·철도망은 이미 여유 용량이 거의 없어 이탈 물량을 흡수하지 못합니다[8]. 저수위 사태가 곧바로 철강·화학·에너지 생산 차질과 물가 상승으로 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3. 발원지 — 알프스의 얼음 창고가 비어가고 있습니다

라인강의 여름 수량을 지탱해 온 것은 알프스의 눈과 빙하(氷河, Glacier)였습니다. 그런데 스위스 빙하관측기구(GLAMOS)에 따르면 스위스 빙하는 2022년 한 해에만 부피의 6%를 잃었고(관측 사상 최대), 2023년에 다시 4%를 잃어, 단 2년 만에 전체 부피의 10%가 사라졌습니다[12]. 이는 1960년부터 1990년까지 30년에 걸쳐 사라진 양과 같습니다[12]. 이미 약 1,000개의 소형 빙하가 소멸했으며, 2023년 8월에는 영상·영하의 경계 고도(zero-degree level)가 몽블랑 정상보다 높은 5,289m까지 올라가는 기록이 나왔습니다[12, 13].

빙하는 겨울에 물을 얼음으로 저장했다가 여름에 천천히 내보내는 천연 저수지입니다. 이 저수지가 비어가면, 비가 오지 않는 여름과 가을에 강으로 흘러들 물의 공급줄이 끊깁니다. 여기에 온난화로 인한 증발량 증가와 강수 패턴의 극단화(장기 가뭄과 집중호우의 교차)가 겹치면서, 라인강 유역은 여름 저수위가 갈수록 빈번하고 깊어지는 구조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4. 왜 역설이 아닌가 — 물이 흐르는 경로가 다릅니다

두 현상을 나란히 놓으면 원리가 드러납니다. 바다의 수위는 지구 전체 물 순환의 종착 저장고가 얼마나 채워지는가의 문제이고, 강의 수위는 그 물이 경유하는 통로에 물이 얼마나 흐르는가의 문제입니다. 온난화는 육지의 얼음 저장고를 헐어 그 물을 바다라는 종착 저장고로 이전시키고, 동시에 통로를 흐르는 물은 증발로 더 빨리 빼앗아 갑니다. 저장고는 차오르고 통로는 마릅니다. 대양을 항해하는 컨테이너선은 높아진 바다 위를 다니는 데 지장이 없지만, 그 화물을 이어받아 내륙으로 들어가는 바지선은 마른 강바닥에 발이 묶입니다. 바다는 넘치고 강은 마르는 두 얼굴은 이렇게 하나의 물 순환 구조 안에서 동시에 만들어집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아직 서술적 설명입니다. 이 구조를 더 엄밀하게 붙잡으려면 시스템사고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제2부. 시스템사고 렌즈 ①: 피드백 관점 — 두 얼굴을 잇는 고리들

시스템사고의 첫 번째 렌즈는 인과의 연결 고리(loop) 를 보는 것입니다. 개별 사건(수위 25cm, 운임 150유로)이 아니라, 사건들을 만들어내는 순환적 인과 구조를 보는 것입니다. 이 사례에는 적어도 네 개의 주요 피드백 루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R1. 얼음-알베도 강화 루프: 온난화가 온난화를 부릅니다

기온 상승 → 빙하·설원 면적 감소 → 지표 반사율(알베도) 감소 → 태양 에너지 흡수 증가 → 기온 추가 상승. 이것은 전형적인 강화 루프(reinforcing loop)로, 알프스와 극지에서 동시에 작동합니다. 2022~2023년 스위스 빙하가 보여준 손실의 가속 — 30년 치 손실이 2년에 압축된 것 — 은 이 루프가 선형 외삽을 배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12].


R2. 물류 전환 강화 루프: 마른 강이 배출을 늘립니다

강 수위 하락 → 바지선 적재량 감소 → 트럭·철도로의 화물 전환 → (수상 운송 대비 높은) 단위 화물당 탄소 배출 증가 → 온실가스 누적 → 온난화 심화 → 가뭄 빈발 → 강 수위 추가 하락. 

개별 화주에게는 트럭 전환이 합리적 적응이지만, 시스템 수준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강화하는 고리가 됩니다. 부분의 합리성이 전체의 비합리성을 낳는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R3. 침식 루프(Erosion Loop): 위기가 대응 역량 자체를 갉아먹습니다

메도즈(Meadows) 팀은 성장의 한계 30주년 개정판에서, 평소에는 잠복해 있다가 시스템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상황을 가속적으로 악화시키는 최악의 강화 루프를 침식 루프라 불렀습니다[14]. 라인강 물류에서 이 루프는 다음과 같이 나타납니다. 

가뭄으로 수상 운송의 신뢰성 하락 → 화주의 이탈 → 내륙 수운(水運)의 수송 분담률 하락(독일 화물의 4.7%(2017)에서 4.1%(2024)로) → 수운 부문의 매출 기반 축소 → 저수위 대응 선박·수로 정비에 대한 투자 여력과 정치적 명분 약화 → 다음 가뭄에 대한 취약성 증가 → 더 큰 이탈[15]. 

위기가 반복될수록 위기에 대응할 역량이 침식되는 구조이며, 이것이야말로 단순한 이상기후 뉴스와 구조적 쇠퇴를 가르는 분기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B1. 조절 루프의 지연과 한계: 시장의 자기 교정은 왜 더딜까요

운임 폭등은 원리상 조절 루프(balancing loop)를 깨웁니다. 

운임 상승 → 저수위 전용 선박 건조 유인 증가 → 저수위 시 수송 능력 회복 → 운임 안정. 

그러나 이 루프에는 두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 선박 건조에는 수년의 지연(delay) 이 있습니다. 둘째, 유인 구조가 뒤틀려 있습니다. 저수위 사태에서는 기존 선박도 톤당 운임이 20유로에서 150유로로 뛰어 적은 화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므로, 정작 투자를 하지 않은 사업자가 가뭄 프리미엄을 누립니다[15]. 그 결과 약 8,000척의 선단 가운데 저수위 전용선은 열두 척 남짓에 불과합니다[15]. 조절 루프가 존재하되 지연과 유인 왜곡으로 무력화되어 있는 상태 — 시스템다이내믹스가 오래 경고해 온 정책 저항(policy resistance)의 교과서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과순환지도 종합: 스터먼과 메도즈의 원형이 현실에서 재연되고 있습니다

스터먼(Sterman)은 Business Dynamics에서, 성장하는 시스템이 자신의 수용 능력(carrying capacity)을 스스로 소모할 때 S자 성장이 아니라 과잉·붕괴(overshoot and collapse) 모드로 넘어간다고 정리했습니다[16]. 라인강 물류 시스템의 수용 능력은 결국 알프스의 얼음 저장고와 유역의 수문 조건(水文 條件, Hydrological conditions)에 따라 결정되는데,  그 수용 능력을 갉아먹는 주체가 물류 시스템 자신을 포함한 화석연료 기반 경제 활동이라는 점에서, 이 사례는 R1·R2·R3가 얽힌 자기 수용 능력 침식 구조의 실물 판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18년, 2022년, 2026년으로 이어지는 저수위 사태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증상도 심해지는 것은 개별 이상기후의 나열이 아니라, 이 피드백 구조가 만들어내는 행태 패턴(behavior pattern)으로 읽어야 할 것입니다.

위에 보여드리는 통합인과순환지도를 통해 전체 숲을 보면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빨간 글씨로 구분한 것은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영역입니다. 자연과학 영역은 물리 법칙에 따라 영향을 주고받을 뿐이었는데 인간이 개입한 모습입니다. 

지구 온난화 영향 때문에 북극 온도가 평소와 달리 상승하면서 서서히 균형이 깨져서 시간이 지나갈수록 그 강도가 커졌습니다. R1의 구조의 결과입니다. 

여기에 인간이 해결책을 들고 개입합니다. 이것이 사회과학 영역입니다. 

첫 번째 당면한 문제는 가뭄에 대한 경제적인 취약성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는 고탄소 물류에 의존하는 것입니다. 

강물이 가물어서 배를 띄울 수 없으니, 컨테이너를 육지로 운송해야 한다. 

위와 같은 생각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상식같은 생각입니다. 시스템다이내믹스에서는 멘탈 모델(Mental Model)이라고 이름을 붙이면서 특별하게 조명합니다. 그런데 이 해결책이 또 다른 물리 법칙에 따라 앞선 R1 구조를 더 가속합니다. 이렇게 R2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인간이 내세운 해결책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오늘의 문제는 어제의 해결책에서 왔다. 
Today's problem comes from yesterday's solution. 
자연과학 영역과 달리 사회과학 영역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그 이해관계 때문에 행동이 뒤따르게 됩니다. 컨테이너에 실린 물건을 보낸 사람과 받을 사람은 모두 다급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제때 전달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입장을 고려하면 트럭으로 컨테이너를 옮기려는 그들의 선택에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수상 운송 문제를 상대적으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위가 낮아도 운송이 가능한 선박을 주조한다든지, 수로를 대대적으로 보수하는 등의 자본과 시간을 쏟아 붓는 노력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 노력을 B1으로 표현하는 저수위(低水位) 대응 노력입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해결책이지, 사실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자본도 많이 필요합니다만, 사실 절박하다면 얼마든지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조달할 방법은 없습니다. 이 지연 효과 때문에 조급해지고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 사이에 해상 운임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에 해운사 입장에서는 아주 나쁜 소식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게 됩니다. 이것을 보여 주는 것이 R3 정책 저항 구조입니다. 

분명히 B1의 해결책을 강하게 주장하는 세력(이해관계자)과 R3의 구조에서 뒷짐지는 세력(이해관계자)은 다를 겁니다. 그래서 사회과학 영역에는 다양한 딜레마 상황이 존재합니다. 

제3부. 시스템사고 렌즈 ②: 저량-유량 관점 — 두 개의 저량, 두 개의 운명

시스템다이내믹스의 두 번째 렌즈는 저량(stock)과 유량(flow)입니다. 이 렌즈로 구조를 분석하면 색다른 이야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의 상태는 저량에 저장되고 저량은 오직 유입과 유출의 차이에 의해서만 변합니다. 제 2부가 고리의 방향을 보여 주었다면, 제3부는 그 고리가 무엇을 채우고 비우는지를 보여 줍니다.

먼저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아야 합니다. 

해수면은 두 가지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잠시 짚고 넘어갑니다. 아래 개념을 잘 메모해 보세요. 남들과 달라질 겁니다. 
  •  해수면은 면적이 아닙니다. 해수면(海水面)은 바닷물의 경계면입니다. 해양 표면적이 아닙니다. 해양 표면적을 해수면이라고 말하는 분이 있다면 슬쩍 귓속말로 고쳐 주세요. 
  • 해수면의 영어 표현은 sea level입니다. 하필 level이라는 단어가 분란을 일으킵니다. 시스템사고에서는 level이 저량(貯量, Stock)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스템사고를 좀 안다는 분들이 덥석 저량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글에서 꼭 소리 높여 강조하고 싶은 내용입니다. 

해수면 수위와 강 수위는 쌓이는 저량이 아닙니다.  

둘 다 우리가 관측하는 높이일 뿐, 쌓이는 물질 그 자체가 아닙니다. 높이의 차원은 길이이고, 물이 차지하는 공간의 차원은 부피입니다. 선행 글 「지구 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에서 정리한 대로, 부피는 질량을 밀도로 나눈 값이며, 높이는 부피를 밑넓이로 나눈 값입니다.  

V = M ÷ ρ
  • V(부피): 물질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
  • M(질량): 물질이 가진 고유한 양
  • ρ(밀도): 물질이 얼마나 빽빽하게 뭉쳐 있는가

h = V ÷ A =  M ÷ (ρ × A)
  • h(높이): 물의 높이, 즉 수위
  • V(부피): 물 전체의 양
  • A(넓이): 물이 담긴 그릇의 수면 넓이

이제 본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물을 담는 그릇이 여섯 개 있습니다. 유역(流域) 밖의 대기, 라인강 유역의 국지(局地) 대기, 알프스 빙하, 강물, 내륙 빙상(그린란드·남극), 그리고 바다입니다.

물은 이 여섯 그릇 사이를 돌아다닐 뿐 어디로도 사라지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증발해 대기로 올라가고, 대기에서 눈이 되어 알프스와 그린란드에 쌓이고, 녹아서 강으로 흐르고, 강을 따라 다시 바다로 돌아옵니다. 지구에 있는 물의 총량은 어제나 오늘이나 같습니다.

여기가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지구 온난화는 물을 만들지도 없애지도 않습니다. 다만 물이 머무는 장소가 달라질 뿐입니다. 

바다는 넘치고 강은 마르는 두 얼굴이 모순처럼 보이는 것은, 우리가 물의 총량을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총량은 그대로입니다. 바뀐 것은 배분입니다. 육지의 얼음 그릇에서 물이 빠져나와 바다라는 그릇으로 이사하고 있고, 그 이사 경로에 놓인 강은 통과하는 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모든 그릇(욕조, 저량)에서 작동하는 시간(체류 시간)은 다릅니다. 

저량마다 시계의 속도가 다릅니다. 체류시간(residence time)은 그 그릇에 들어온 물 한 방울이 머무는 평균 시간이며, 저량[량]을 유출량[량/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계산합니다. 

[저량별 대표적인 체류 시간]
  • 대기 수증기: 약 9일[18] - 오늘 증발한 물이 다음 주면 비가 되어 내립니다.
  • 강물: 며칠~몇 주 - 유입이 변하면 곧바로 수위에 나타납니다.
  • 알프스 빙하: 수십 년 - 여름 가뭄을 견디게 해 주는 완충 장치입니다.
  • 내륙 빙상: 수백~수천 년 - 오늘의 배출이 수백 년 뒤 해수면 수위를 정합니다.
  • 바다: 수천 년 - 한번 들어간 물은 사실상 나오지 않습니다.
카우프 수위 그래프가 계절마다 요동치는데 해수면 수위 그래프는 매끈한 단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체류시간이 짧은 저량은 유입량의 변동을 채 흡수하지 못하고 곧바로 드러냅니다. 체류시간이 짧은 저량은 진득하게 기다릴 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체류시간이 긴 저량은 변동을 삼켜 버리고 느긋하게 추세만 보여 줍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원인이 한쪽에서는 요동으로, 다른 쪽에서는 추세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두 얼굴이 서로 달라 보이는 첫 번째 이유가 이 시간의 차이입니다.

얼음을 하나로 묶지 않는 이유

위 그림 왼쪽 끝에는 「알프스 빙하」가, 오른쪽 끝에는 「내륙 빙상」이 있습니다.
같은 얼음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달라 다른 얼음으로 봐야 합니다. 알프스 빙하의 반응은 수십 년, 그린란드·남극 내륙 빙상의 반응은 세기에서 천 년입니다. 둘을 하나의 「빙상」으로 합치면 집계(aggregation) 오류가 발생합니다. 더구나 경로 자체가 다릅니다. 알프스 융해수는 라인강을 거쳐 흐르고, 내륙 빙상의 융해수는 빙붕과 칼빙을 통해 곧장 해양으로 들어갑니다. 알프스 빙하 전체가 녹아도 전 지구 해수면 수위 상승에 기여하는 것은 센티미터 수준인 반면, 그린란드는 약 7.4 m, 남극은 약 58 m의 해수면 수위 증가를 만듭니다.  

알프스의 얼음 창고 — 그리고 '정점 융해수((融解水)'

제1부에서 알프스 빙하를 "겨울에 물을 얼음으로 저장했다가 여름에 천천히 내보내는 천연 저수지"라고 소개했습니다. 구조도에서 그 저수지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보십시오.
「알프스 빙하」에서 「융해」 밸브로 되돌아가는 (+) 화살표가 있습니다. 빙하가 많으면 녹는 물도 많다는 뜻입니다. 반대 경우로 읽어 보십시오. 빙하가 줄면 녹는 물도 줄어듭니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이 화살표가 이 글에서 가장 잔인한 구조를 만듭니다. 

여기서 빙하학(氷河學, Glaciology)에서 말하는 정점 융해수(peak water)라 부르는 현상이 나옵니다[19]. 온난화 초기에는 밸브가 평소보다 더 열려져서 여름 유량이 늘어납니다. 빙하의 양도 많기 때문에 많이 녹아내립니다. 언론에서 주목하고 있는 현상입니다. 많은 환경운동가/단체들이 깃발 들고 경고하는 소재로 사용됩니다. 불쌍한 북극곰! 

그런데 이 현상이 지속되면 빙하 저량이 어느 선 아래로 줄어들게 되고, 그 어느 선 아래로 줄어드는 순간, 아무리 밸브를 활짝 열어도 내보낼 얼음 자체가 없어 유량이 급격히 꺾이게 됩니다. 유량(융해량)이 상승 곡선을 이루다가 봉우리를 찍고 하강으로 돌아서게 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량의 변화 양상이 정반대로 바뀌게 됩니다. 생각이 없는 언론은 이 모습을 보고 빙하가 녹는 양이 예전보다 적어졌다고 낙관론을 제기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매우 위험한 수준에 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라인강이 마르고 있는 현상은 유량이 그 봉우리 부근에 있거나 넘어선 것을 의미합니다. 2022년 유럽 가뭄 당시 스위스 빙하가 하류로 내보낸 물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그해 녹아내린 융해수의 60~80%는 빙하가 일상적으로 내보낸 물이 아니라 저량 자체를 헐어서 낸 물이었습니다[20]. 당시 바젤 지점의 라인강은 더 많아진 융해수 덕분에 예상 물 부족분을 최대 5%까지 메울 수 있었습니다[20]. 하지만, 저축을 깨서 생활비를 댄 것일 뿐입니다. 같은 연구는 2003년과 비교했을 때 조사 대상 유역의 3분의 2에서 여름 전체 융해수 공급량이 이미 줄어들었다고 보고합니다[20].

2018년, 2022년, 2026년의 저수위가 점점 잦아지고 깊어지는 배경에는 이 완충 저량의 고갈이 있습니다. 그리고 완충 역할을 하는 저량은 한번 비면 다시 채우는 데 수십 년이 걸립니다. 체류시간이 그렇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강은 스스로 멈출 수 있습니다.  

1절에서 눈여겨봐 달라고 부탁드린 그 화살표가 여기 있습니다.





강물의 양 → 강물 수면 넓이(+) → 강물 증발량 (+)

강물이 줄면 강폭이 좁아지고 자갈밭이 드러납니다. 햇볕에 노출되는 수면이 좁아지니 증발로 빠져나가는 물도 함께 줄어듭니다. 강은 물이 줄어들수록 물을 덜 잃습니다. 지도에 B(자기 조절 효과)라고 표시된 피드백 루프가 이것입니다.

옆에 붙은 「상대습도」도 같은 방향으로 작동합니다. 강물이 증발하면 유역의 공기가 축축해지고(+), 축축한 공기는 더 이상의 증발을 억제합니다(−). 장마철에 빨래가 마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같은 이치로 상대습도가 낮아지면 강물 증발량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상대습도가 낮아지는 상황은 무엇일까요? 

이 조절 피드백 루프 덕분에 강은 자신이 완전히 마르는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최대한 시간을 벌게 됩니다. 인간이 개입할 수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유출량을 조절하는 밸브가 나가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 자동적으로 잠가지는 상황인데, 마치 처음에는 활짝 열린 밸브를 넋 놓고 방치하고 있다가 나중에 정신차려서 잠그는 속도를 점점 빠르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상류의 얼음 창고(알프스 빙하) 비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밸브를 잠그려고 하기도 전에 물이 빠져나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속도 싸움입니다. 

바다는 스스로 멈추지 않습니다


빙상이 녹아 바닷물이 많아지면 증발량도 많아지잖아! 게다가 해수면 수위가 높아지면 육지로 밀고 들어가서 결국 해수면 넓이가 넓어지고 해수면 넓이가 넓어지면 증발량도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바닷물이 마냥 증가하는 것을 스스로 막는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을까?
 
이제 앞의 그림과 비교해 보십시오. 가장 중요한 대조입니다.

바다에도 증발이라는 유출이 있습니다. 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큰 물의 흐름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보시면 「해양의 질량」에서 「해양 증발량」으로 가는 화살표가 없습니다. 대신 「해양 증발량」으로 들어오는 화살표는 「온난화 수준」에서 옵니다.

이것이 이 그림이 말하는 주장입니다.

바다의 증발은 수온에는 반응하지만, 바닷물의 양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바닷물이 조금 늘었다고 해서 태평양이 더 많이 증발하지는 않고 바닷물이 줄었다고 해도 증발량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해수면 수위가 올라가든 내려가든 상관없이 바닷물이 많든 적든 상관없이 증발량을 결정하는 것은 수온과 수면의 넓이이지 물의 총량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물의 증발량을 일으키는 작동 원리와 바다의 증발량을 일으키는 작동 원리가 다르다는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여기서 이렇게 물으실 수 있습니다. "해수면 수위가 오르면 바닷물이 육지를 밀고 들어가 수면 넓이가 넓어지지 않는가? 그러면 증발도 늘어나서 바닷물 양이 줄어들어 해수면 수위 상승에 제동을 거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가?"

정확한 지적이고,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다만 크기를 재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해수면 수위가 1미터 오를 때 새로 잠기는 저지대 면적은 넉넉히 잡아도 약 25만 제곱킬로미터입니다[21]. 바다 전체 면적 3억 6,100만 제곱킬로미터에 견주면 0.07%입니다. 대야가 1.0007배 넓어지는 셈입니다. 이 정도 면적 증가가 해수면 수위를 낮추는 효과는 1미터 상승에 대해 약 0.35밀리미터입니다. 1미터 상승할 수 있는 것을 약 0.35밀리미터가 모자라는 상승을 한다는 의미합니다. 비율로는 약 3천분의 1에 그칩니다[22].

게다가 충격적이게도 바닷물이 늘어나면 그 양이 누르는 무게 때문에 해저가 가라앉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그 효과가 연 0.13밀리미터로 , 면적이 넓어져 얻는 이득보다 훨씬 큽니다. 우리가 이미 무시하고 넘어가는 다른 요인들보다도 작은 브레이크인 것입니다.

위 두 가지 내용을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1) 시간 단위 통일(전체 vs. 연가)
 0.35mm는 '1미터가 오르는 내내' 쌓인 총합이고, 0.13mm는 '1년(연)'마다 발생하는 값이라는 점입니다. 두 효과를 공정하게 비교하려면 단위를 '연간(1년)'으로 맞춰야 합니다.
  • 1m(1,000mm) 상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 현재 상승률인 연 3.4mm를 기준으로 하면, 1m가 오르는 데는 약 294년이 걸립니다. (1,000/3.4 ≒  294 )
  • 면적 증가 브레이크의 연간 효과: 294년에 걸쳐 0.35mm의 효과를 내므로, 이를 1년 치로 나누면 약 0.0012mm/연이 됩니다. (0.35/294 = 0.0012)
2) 두 효과의 비교
수위를 낮춰주는 효과를 1년 단위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 해저 침강 효과: 바닷물이 무거워져서 바닥이 꺼지며 수위를 낮춰주는 효과 = 연 0.13mm
  • 면적 증가 효과: 바다가 넓어져서 증발이 늘어나 수위를 낮춰주는 효과 = 연 약 0.0012mm
비교해 보면 해저 침강 효과(0.13)가 면적 증가 효과(0.0012)보다 약 100배 이상 큽니다.

바다에 자동조절장치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그 힘이 3천분의 1입니다. "대야가 넓어지니 언젠가 멈추겠지"라는 위안은 딱 3천분의 1만큼만 참입니다.


열이라는 또 하나의 저량 — 그리고 갈라지는 운명


지금까지는 물 이야기였습니다. 이제 열입니다. 열도 저량이며, 열을 담는 그릇이 두 개 중에 하나를 먼저 설명하겠습니다.

이제 지구 관점에서 생각해 봅시다. 태양 에너지가 지구로 들어오기만 하면 지구는 불덩어리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지구도 열을 우주 밖으로 보냅니다.  지구는 늘 지구로 들어오는 열과 지구에서 나가는 열의 균형을 맞추는 작동을 합니다. 그런데 온실 가스가 사달을 일으켰습니다. 온실가스가 늘면 나가는 열이 막혀 「지구 에너지 불균형」 — 들어오는 열에서 나가는 열을 뺀 값 — 이 커지고, 그만큼 지구에 열이 쌓입니다. 그래서 온난화 수준이 조금씩 증가하면서 결국 누적된 결과를 우리가 겪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온난화 수준에서 되돌아오는 (−) 화살표가 있습니다. 지구가 더워지면 더워진 지구 자체가 우주로 더 많은 열을 내보낸다는 뜻입니다. 더워질수록 나가는 열이 늘어나니 "들어오는 열 − 나가는 열"의 차이는 줄어듭니다.

그림에 B(플랑크 피드백 효과)라고 적힌 이 조절 피드백 루프는 기후 시스템 전체에서 가장 확실하고 가장 강한 작동 원리입니다. "뜨거운 물체는 반드시 더 많이 식는다"는 물리 법칙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 원리 때문에 지구는 늘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갑니다.  지구 입장에서 찾아가는 새로운 균형점이 인간 입장에서는 힘든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어디 인간 뿐이겠습니까. 오랜 세월 적응해 온 모든 생물체가 겪는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적응할 시간이 없이 빨리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들어오는 열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모두 동일합니다. 예를 들어 100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100만큼 지구에서 나가야 할 열이 온실 효과 때문에 80밖에 못 나가고 20만큼 잉여 에너지가 계속 쌓이게 됩니다. 이때 지구는 잉여 에너지를 지구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 스스로 뜨거워지는 것입니다. 이것이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Planck)의 이름을 딴 용어인 플랑크 피드백(Planck feedback) 효과입니다. 지구 온도가 평균 1.5도 상승한 것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온실 가스가 점점 누적되어서 지구가 1.5도 더 뜨거워지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겁니다. 

그런데 온실 효과는 누적 효과입니다. 지금 당장 새로운 온실 가스 배출을 멈춘다고 해도 온실 효과(누적량)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에 뜨거운 상태를 이전 수준으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구는 예전보다 더 뜨거워진 상태에서 균형점을 찾은 것입니다. 


두 번째 열 그릇은 상단에 있는「해양 열 저량」입니다. 특이한 것은 들어오는 파이프는 있는데 나가는 파이프가 없습니다.  전체 그림에서 유일합니다.

주목하실 것은 「지구 에너지 불균형」에서 화살표가 두 갈래로 갈라져 하나는 「온난화 수준 증가」로, 다른 하나는 「해양 열 증가」로 간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사소한 배선이 아닙니다. 바다가 데워지는 것은 공기가 먼저 더워지고 그 열이 옮겨간 결과가 아닙니다. 남은 열이 애초에 바다로 곧장 들어가는 것이며, 그 몫이 90% 이상입니다. 공기와 바다는 순서대로 데워지는 사이가 아니라 온실가스 때문에 우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초과로 남은 잉여 에너지를 9 대 1로 나눠 받는 형제 사이입니다. 바다가 잉여 에너지의 흡수하고 나머지 10%는 뭉뚱거려서 온난화 수준으로 연결했습니다. 사실 이 10%는 육지(토양, 암석, 식물)에 약 5~6%, 빙하에 약 3~4%이고 대기(공기)는 고작 1~2%를 흡수합니다. 온난화 수준으로 단순화한 이유는 '우리가 체감하는 기후 위기'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바다가 무려 90%의 열을 방어해주고, 심지어 땅과 얼음이 남은 열의 대부분을 흡수해주는데도, 그 찌꺼기 같은 1~2%의 열만으로도 지금의 폭염과 이상 기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무섭지 않으신가요? 전체 지구 시스템에서 대기가 얼마나 적은 열만으로도 요동치는 얇고 예민한 층인지 새삼스러울 겁니다. 

바다의 열에도 물리적으로는 유출이 있습니다. 주로 수면에서 이뤄집니다. 그러나 바다의 열용량이 워낙 거대하고 바닷물은 표면의 뜨거운 열기까지 함께 심해 깊은 곳으로 끌고 들어갑니다. 이렇게 깊은 바다로 가라앉은 열은 표면과 단절된 채 거대한 해류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지구 밑바닥을 아주 천천히 흘러갑니다. 이 심해의 물이 한 바퀴를 돌아 다시 표면으로 올라와 대기 중으로 열을 방출(유출)하기까지는 약 1,000년 가까운 시간이 걸립니다. 따라서, 수면에서 이뤄지는 그 열 배출이 해양 전체 열 저량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간주합니다.  

여기서 이 글의 결론이 나옵니다. 세 개의 그릇을 나란히 비교해 보겠습니다. 

  • 온난화 수준(기온):  유출량에 영향을 줍니다(플랭크 피드). 온실 가스 배출을 멈추더라도 지구는 새로운 균형을 만듭니다. 
  • 해양 열 저량: 유출량에 사실상 영향을 안 줍니다. 거의 천 년 동안 관성적으로 쌓입니다
  • 해양의 질량: 유출량에 영향을 안 줍니다. 증발은 물의 양과 관계없습니다.  
플랭크 피드백 효과 때문에 기온은 언젠가 멈춥니다. 하지만, 해수면 수위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것은 비관적 수사가 아니라 구조에서 나오는 결론입니다. 기온에는 브레이크가 달려 있고, 해수면 수위를 만드는 두 저량에는 달려 있지 않습니다. 오늘 당장 배출을 멈춘다면 기온은 수십 년 안에 새 평형을 찾겠지만, 해수면 수위는 이미 바다에 들어온 물과 이미 바다에 쌓인 열 때문에 수백 년을 더 오릅니다. 해수면 상승을 되돌리기 어려운 이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얹히는 강화 루프

제2부에서 소개한 R1(얼음-알베도 강화 루프)이 이 그림에서는 이렇게 표현됩니다.

온난화 수준→ 융해(+)→ 얼음 저량(-)→ 지표 반사율 (+)→ 지구 에너지 불균형(-)→온난화 수준(+)

흰 얼음은 햇빛을 되쏘아 보내는 흰 우산이고, 얼음이 녹아 드러난 맨땅과 바닷물은 햇빛을 빨아들이는 검은 우산입니다. 얼음이 줄면 지구가 붙잡는 열이 늘고, 그래서 얼음이 더 줄어듭니다.

그림이 보여 주는 것은 이 고리가 두 개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는 「알프스 빙하」를 통과하고 다른 하나는 「내륙 빙상」을 통과하는데, 두 저량의 체류시간이 수십 년과 수백~수천 년으로 크게 다릅니다. 같은 구조가 서로 다른 두 시계로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지도에 R(극지방 온난화 증폭 구조)이라 표시한 것이 이 둘을 아우르는 이름입니다.

그리고 이 고리들은 반드시 저량을 통과합니다. 그러다 보면 시간 지연이 발생합니다. 욕조(그릇, 저량)은 변화를 늦추는 기능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얼음이 녹는 시간 때문에 피드백도 시간을 두고 돌아옵니다. 그런데, 2022~2023년 스위스 빙하가 30년 치 손실을 2년에 압축해 보여 준 것은, 이 느린 고리가 이미 여러 바퀴를 돌았다는 뜻입니다[*1].

종합 구조도


이제 조각들을 합치겠습니다. 

한 장에 담긴 것을 다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의 원인(온실가스)에서 시작된 에너지 불균형이 두 갈래로 갈라져 지표와 바다를 데웁니다. 데워진 지표는 육지의 얼음 창고를 헐고, 헐린 물은 강이라는 통로를 지나 바다라는 종착 저량에 쌓입니다. 바다로 가는 통로인 강은 점점 마르고, 종착지인 바다는 쌓이는 물과 부풀어 오르는 부피로 넘칩니다. 바다는 넘치고 강은 마릅니다. 같은 물이, 같은 구조 안에서 자리를 옮긴 결과입니다.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요?

바다 쪽은 손댈 곳이 없습니다. 이미 쌓인 물과 열을 빼낼 배수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바다로 유입되는 양을 줄이거나 온난화로 인한 융해 속도를 늦추는 노력은 할 수 있어도 바다(해양의 질량)라는 어마어마하게 큰 욕조(그릇, 저량)은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 때문에 우리 노력의 효과는 수십 년 뒤에야 해수면 수위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강 쪽은 다릅니다. 저량은 변화를 늦추는 역할을 한다고 수차례 강조하였습니다. 그런데 천연 완충 저량 대신 다른 저량을 만들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습니다. 물을 담아두는 저수지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하 욕조에 물을 담는 것을 지하수 함양(涵養, Recharge)이라고 합니다. 인공적으로 완충 저량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당장 급한 라인강을 통한 수상 운송의 경우 얕은 흘수선(吃水線, Load Line)에 적합한 선박을 도입하는 것이 대두될 겁니다. 그리고 하도(河道, River channel)의 구조가 강물 수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하상 준설(河床浚渫 , Riverbed dredging) 작업을 해야 할 겁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이것을 못 견뎌서 좀 더 빠른 해결책을 사용하는 순간 문제는 더욱 커질 것입니다.

저량은 유량을 통해서만 변합니다. 그리고 유량이 변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간단한 시스템다이내믹스의 원칙이 라인강의 문제에서 심각하게 변주되어 울리고 있습니다.

맺으며

바다는 넘치고 강은 마릅니다. 뉴스는 이것을 모순적 위기라 부르지만, 시스템의 눈으로 보면 모순은 없습니다. 강화 루프들이 서로 맞물려 변화를 가속하고 있고, 조절 루프는 지연과 유인 왜곡으로 잠들어 있으며, 물이라는 저량은 완충의 자리에서 빠져나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종착지에 쌓이고 있습니다. 알프스의 얼음 창고는 봉우리를 넘어 하강으로 돌아섰고, 바다는 3천 분의 1짜리 브레이크
만 지닌 채 계속 차오르고 있습니다.

카우프 수위계가 역사상 최저점을 보여 준 것은 하나의 사건이 아닙니다. 이 구조가 앞으로 반복해서 만들어 낼 행태 패턴(behavior pattern)의 예고편입니다. 그런데 2018년에 카우프 수위계 역사상 최저점인 25cm가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2] 2026년 8월에는 최저점이 경신되어 12cm가 되었습니다[*3].

눈앞에 벌어진 사건이 아니라 구조를 보는 것. 그리고 구조 안에서도 무엇이 쌓이고 있으며 그것이 비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를 보는것. 그것이 시스템사고가 기후 시대에 우리에게 요구하는 시선의 전환입니다.

References

[1] NOAA Climate.gov, Climate Change: Global Sea Level. https://www.climate.gov/news-features/understanding-climate/climate-change-global-sea-level 

[2] NASA Sea Level Change Portal, Overview: Global Sea Level. https://sealevel.nasa.gov/understanding-sea-level/global-sea-level/overview/ 

[3] NASA Sea Level Change Portal, NASA Analysis Shows Unexpected Amount of Sea Level Rise in 2024 (2025. 3.). https://sealevel.nasa.gov/news/282 

[4] NASA Sea Level Change Portal, FAQ: What causes sea-level rise? https://sealevel.nasa.gov/faq/12/what-causes-sea-level-rise/ 

[5] NASA Sea Level Change Portal, Thermal Expansion. https://sealevel.nasa.gov/understanding-sea-level/global-sea-level/thermal-expansion/ 

[6] CCNR (Central Commission for the Navigation of the Rhine), Market Observation: Freight Transport on Inland Waterways. https://inland-navigation-market.org/chapitre/2-transport-fluvial-de-marchandises/?lang=en 

[7] CCNR, Information on the Waterway Rhine. https://www.ccr-zkr.org/12030100-en.html 

[8] Enterprise AM, Low water on the Rhine drives up freight costs and cuts inland cargo capacity (2026. 8. 3.). https://enterpriseam.com/logistics/2026/08/03/low-water-on-the-rhine-drives-up-freight-costs-and-cuts-inland-cargo-capacity/ 

[9] ZeroHedge (Bloomberg·독일 연방수로선박청 인용), Logistical Nightmare Unfolds As Rhine Plunges Toward Record Low (2026. 8.). https://www.zerohedge.com/weather/logistical-nightmare-unfolds-rhine-plunges-toward-record-low 

[10] Bastille Post (Xinhua), Record-low Rhine water levels drive up transport costs in Germany (2026. 8.). https://www.bastillepost.com/global/article/6058048-record-low-rhine-water-levels-drive-up-transport-costs-in-germany 

[11] The Maritime Executive, Drought Makes Upper Rhine Unnavigable, Driving Barge Rates to New Record (2026. 8.). https://maritime-executive.com/article/drought-makes-upper-rhine-unnavigable-driving-barge-rates-to-new-record 

[12] GLAMOS / Swiss Academy of Sciences, Two catastrophic years obliterate 10% of Swiss glacier volume (2023. 9. 28.). https://www.geo.uzh.ch/en/events/news-archive/glamos-2023.html 

[13] World Economic Forum, Swiss glaciers lost 10% of their volume in two years (2023. 10.). https://www.weforum.org/stories/2023/10/switzerland-glacier-ice-melt/ 

[14] Meadows, D., Randers, J., & Meadows, D. (2004). Limits to Growth: The 30-Year Update. Chelsea Green Publishing. (특히 4장, 침식 루프와 과잉·붕괴 모드에 관한 논의)

[15] Business Model Analyst, The Rhine Just Hit a 146-Year Low and German Industry Is Paying €150 a Ton (2026. 8.). https://businessmodelanalyst.com/rhine-low-water-german-industry-cost/ 

[16] Sterman, J. D. (2000). Business Dynamics: Systems Thinking and Modeling for a Complex World. Irwin/McGraw-Hill. (특히 4.2.3절, Overshoot and Collapse)

[17] Forrester, J. W. (1961). Industrial Dynamics. MIT Press.

[18] NOAA. JetStream: What a Cycle! (대기 중 수증기의 평균 체류시간). https://www.noaa.gov/jetstream/max-whatcycle 

[19] Huss, M., & Hock, R. (2018). Global-scale hydrological response to future glacier mass loss. Nature Climate Change, 8, 135–140.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8-017-0049-x

[20] van Tiel, M., Huss, M., Zappa, M., Jonas, T., & Farinotti, D. (2026). Swiss glacier mass loss during the 2022 drought: persistent stream`ow contributions amid declining melt water volumes. Hydrology and Earth System Sciences, 30(1), 23–43. https://doi.org/10.5194/hess-30-23-2026 

[21] Brown, S., Nicholls, R. J., Goodwin, P., Haigh, I. D., Lincke, D., Vafeidis, A. T., & Hinkel, J. (2018). Quantifying land and people exposed to sea-level rise with no mitigation and 1.5°C and 2.0°C rise in global temperatures to year 2300. Earth's Future, 6(3), 583–600.

[22] Frederikse, T., Riva, R. E. M., & King, M. A. (2017). Ocean bottom deformation due to present-day mass redistribution and its impact on sea level observations.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44, 12,306–12,314.

[*1] Glacier Monitoring Switzerland. (2023, September 28). Swiss glaciers lose 10% of their volume in two years. Swiss Academy of Sciences.

[*2] Atlas Magazine. (2022, August 23). Drought: Rhine River reaches historically low levels. Atlas Magazine https://atlas-mag.net/en/articles/drought-rhine-river-reaches-historically-low-levels-0 

[*3] Marine Link. (2026, August 12). Rhine water levels fall to new lows amidst heatwave. Marine

https://www.marinelink.com/news/rhine-water-levels-fall-new-lows-amidst-54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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