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
지구 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상승하는 이유
중학교 수준의 수학 공식 두 개면 충분
들어가며: 얼음이 녹으면 바다가 넘친다?
지구가 더워지면 얼음이 녹고, 얼음이 녹으면 바닷물이 늘어나 해수면이 올라간다.
위와 같이 알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이야기입니다.
1. 첫 번째 공식: 부피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V = M ÷ ρ
- V(부피): 물질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
- M(질량): 물질이 가진 고유한 양
- ρ(밀도, 로): 물질이 얼마나 빽빽하게 뭉쳐 있는가
솜사탕과 쇠덩어리
같은 1kg이라도 밀도에 따라 크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솜사탕은 입자가 듬성듬성해서 1kg을 모으려면 사람 몸통만 해집니다. 밀도가 낮으니 부피가 큽니다. 쇠덩어리는 입자가 빽빽해서 손바닥만 한 것도 1kg이 나갈 수 있습니다. 밀도가 높으니 부피가 작습니다. 무게가 같을 때, 느슨하게 연결될수록, 덜 빽빽할수록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이것이 첫 번째 공식이 하는 말의 전부입니다.
여기서 '밀도'라는 개념이 품고 있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학교 교실에 50명만 들어가도 답답하고 짜증이 치솟을 겁니다. 각자가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50명이 들어가려면 그에 걸맞는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합니다. 호주나 몽골은 각각 한국에 비해 면적이 77배, 16배 더 큽니다. 그런데 인구는 한국에 비해 절반 수준이고, 14분의 1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사람 보기 힘든 정도로 낮은 밀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교실에 30명이 있다 하더라도 선풍기와 에어컨 없이 찌는 더위에 지내는 건 매우 짜증나는 상황이 될 겁니다. 이 상황에서 교실 두 개를 터서 더 넓은 공간에서 지낸다면 훨씬 편할 겁니다. 온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밀도가 낮아지려고 합니다.
참고로, 인구 밀도는 사람수와 면적과의 관계입니다. 면적은 2차원입니다. 반면, 통상 물질의 밀도는 질량과 부피와의 관계입니다. 부피는 3차원입니다. 그래서 인구 밀도와 물질의 밀도를 늘 같은 비유로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밀도 개념의 이야기를 놓칠 수 없어서 언급했습니다. 이제 물질 밀도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물 분자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물 분자가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서로를 밀어내고, 그 결과 같은 양의 물이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게 되어 밀도가 낮아집니다. 사람이 더워서 넓은 자리를 찾는 것과 결과는 비슷하지만, 분자는 '원해서'가 아니라 운동이 격렬해져서 밀도가 낮아지는 것입니다. 반면, 난방 장치 없이 체온으로 버텨야 하는 공간에서는 될 수 있으면 서로 붙어 있어야 합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자연스럽게 밀도가 높아지려고 합니다. 반대도 가능합니다. 밀도를 낮추려면 온도를 높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밀도를 높이려면 온도를 낮추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밀도는 온도에 따라 변합니다. 물을 데우면 물 분자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서로 조금씩 밀어냅니다. 빽빽함이 덜해집니다. 질량은 하나도 늘지 않았는데 부피만 커집니다. 이것을 열팽창이라고 부릅니다. 기후 변화가 열팽창을 일으킵니다.
2. 두 번째 공식: 높이는 어떻게 정해지는가
h = V ÷ A
- h(높이): 물의 높이, 즉 수위
- V(부피): 물 전체의 양
- A(넓이): 물이 담긴 그릇의 수면 넓이
이것은 중학교 수학의 기둥 부피 공식을 뒤집은 것입니다. 기둥의 부피는 밑넓이 곱하기 높이이므로, 양변을 밑넓이로 나누면 높이가 나옵니다. 여러 차례 강조되겠지만, 높이에 따라 밑넓이가 달라지지 않는 조건에서 사용되는 공식입니다.
컵과 대야
똑같은 양의 물을 부어도 그릇에 따라 높이가 달라집니다.
좁은 컵에 부으면 조금만 부어도 수위가 쑥 올라갑니다. 넓은 대야에 같은 양을 부으면 바닥에 찰랑거리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바다에 이 공식을 쓰려면 바다를 아주 넓고 얕은 기둥으로 본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실제 바다 밑바닥은 해구와 해령으로 울퉁불퉁하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수면이 몇 밀리미터 올라갔는가이므로 이 근사로 충분합니다. 그때 A는 바다 밑바닥이 아니라 해수면의 넓이입니다. 약 3억 6,100만 제곱킬로미터로, 지구 표면의 71%입니다[1]. 인류가 가진 가장 큰 대야입니다.
3. 두 공식을 하나로 합치면
첫 번째 공식의 V를 두 번째 공식에 그대로 대입해 보겠습니다.
h = M ÷ (ρ × A)
이 한 줄이 이 글의 전부입니다. 해수면 높이는 딱 세 가지로 정해집니다. 바닷물의 총 질량 M, 바닷물의 밀도 ρ, 그리고 바다의 넓이 A입니다. 바닷물 질량 M이 커지면 해수면 높이 h가 올라갑니다. 바닷물 밀도 ρ가 작아지더라도 h가 증가합니다. 해수면의 넓이 A가 작아져도 h가 올라갑니다. 이제 질문은 하나로 좁혀집니다. 지구 온난화는 이 셋 중 무엇을 건드리는가.
4. 온난화는 M을 늘리고, ρ를 줄이고, A는 건드리지 못합니다
경로 1 — 바닷물 질량 M을 늘린다
육지에 얹혀 있던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옵니다. 그린란드와 남극의 빙상, 그리고 알프스와 히말라야 같은 산악 빙하입니다. 원래 육지에 있던 물이 바다로 이사하는 것이므로 바닷물의 총질량이 실제로 늘어납니다. M이 커지니 h가 올라갑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그 이야기입니다.
경로 2 — 바닷물 밀도 ρ를 줄인다
이쪽이 덜 알려진 경로입니다. 온실가스가 가둔 열의 9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합니다[3]. 이 열 때문에 데워진 바닷물은 밀도가 낮아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이 한 방울도 늘지 않아도 밀도 때문에 해수면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같은 물이 더 넓은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나선 꼴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물이 늘어서가 아니라 물이 부풀어 올라 해수면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바다는 평균 수심이 약 3,700미터입니다[2]. 이 어마어마한 물기둥이 아주 조금씩만 부풀어도 수면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높이가 됩니다. 실제로 최근까지 해수면 상승 요인의 약 3분의 1이 이 열팽창 몫이었고,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2024년에는 이 비율이 뒤집혀 열팽창이 3분의 2를 차지했습니다[4]. 갈수록 열팽창이 해수면 상승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경로 3 — 해수면 넓이 A는?
해안선이 조금 안쪽으로 밀려 들어온다 하더라도 무시할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에 해수면 넓이는 달라지지 않는다고 가정합니다. 그래서 해수면이 10센티미터 올라가더라도 바다의 넓이는 사실상 그대로라고 간주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두 개의 상승 요인, 그리고 이를 상쇄해 줄 요인은 없음. 이것이 해수면이 꾸준히 올라가는 이유입니다.
5. 이제 틀린 절반을 말씀드릴 차례입니다
"북극 얼음이 녹아서 해수면이 올라간다"는 문장을 자주 봅니다. 이 문장은 틀렸습니다.
집에서 바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리컵에 얼음을 몇 개 넣고 물을 가장자리까지 가득 채웁니다. 얼음은 물 위로 봉긋 솟아 있습니다. 이제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물은 넘치지 않습니다.
[육지 출신 얼음의 일생]
- 빙상(Ice Sheet): 육지 전체를 덮고 있던 거대한 얼음이,
- 빙하(Glacier): 육지를 지나 강처럼 천천히 흘러내려서,
- 빙붕(Ice Shelf): 육지 끝에서 바다 위로 밀려 나가 걸쳐 있다가,
- 빙산(Iceberg): 툭 떨어져 마지막에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게 됩니다.
[바다 출신 얼음]
- 해빙(Sea Ice): 처음부터 바닷물 자체가 얼어붙어 바다 표면을 덮고 있는 짠 얼음입니다.
북극해를 덮고 있는 얼음(해빙)이 바로 이 떠 있는 얼음입니다. 남극 대륙 가장자리에서 바다 위로 밀려 나가 있는 빙붕도, 거기서 떨어져 나와 떠다니는 빙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이 모두 녹아도 해수면은 오르지 않습니다. 앞서 나온 공식으로 다시 보면 명료합니다. 떠 있는 얼음은 이미 M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녹는다고 해서 M에 새로 더해질 것은 없습니다.
해수면 높이에 질량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육지에 얹혀 있던 얼음입니다. 그린란드 빙상, 남극 빙상, 그리고 산악 빙하입니다. 바다 밖에 있는 질량 M인 이들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순간, 비로소 바닷물 질량 M에 더해집니다. 같은 얼음이 아닙니다. 그린란드 빙상이 전부 녹으면 해수면이 약 7미터 오르고, 남극 빙상이 전부 녹으면 약 58미터 오릅니다[5]. 반면 북극해빙이 모두 녹으면 사실 0미터가 됩니다.
6. 왜 바다는 스스로 멈추지 않을까
생각이 깊은 분은 여기까지 읽고 "증발량"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증발량이 수위 상승을 자동으로 조절해 결국 멈추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해 보겠습니다.
바닥보다 입구가 넓은 큰 대야가 있습니다. 강렬한 햇볕이 대야에 있는 물을 증발시키고 있습니다. 이 대야에 물을 일정하게 계속 채우는 상황입니다. 물이 유입될수록 대야의 물은 많아지고, 대야의 물이 많아지면 수면 넓이는 더 넓어집니다. 수면 넓이가 넓어질수록 증발량은 더 커집니다. 즉, 증발량은 처음에는 적었지만, 유입되는 물이 많아질수록 유출되는 증발량도 덩달아 증가하게 됩니다. 이 관계는 대야에서 유출량으로 이어지는 화살표 내용이며, 이런 관계 때문에 대야의 물이 계속 증가하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작동합니다(B: 증발량의 조절 효과).
물론, 상식적으로 아무리 균형을 이루는 이 힘이 작동된다고 하더라도 들어오는 유입량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물 수위는 계속 상승할 겁니다. 중요한 것은 증발량이 자동조절장치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그릇이 "스스로 멈추는" 원리에 주목해야 합니다. 나가는 물의 양(증발량)이 덩달아 늘어나 들어오는 물의 양을 따라잡으려 하기 때문에, 대야의 물이 계속 증가하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고실험에는 결정적인 조건이 있습니다. 수위가 오를수록 수면 넓이 A도 함께 넓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바다는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합니다. 해수면이 몇십 센티미터 올라간다 해도, 지구 표면의 71%나 차지하는 바다 넓이 A는 거의 그대로입니다[1]. 낮은 해안 저지대 일부가 조금씩 잠길 뿐, 태평양이나 대서양의 크기에 비하면 아주 미미합니다. 그래서 밑면과 동일한 면적으로 수직으로 세워진 커다란 통에 물을 붓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넓이가 늘지 않으니, 수위가 오른다고 증발이 덩달아 늘어날 일이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바닷물이 증발하는 것은 지구에서 가장 큰 물의 흐름입니다. 다만 그렇게 증발한 수증기는 비와 눈이 되어 대부분 다시 바다로 돌아옵니다[6].
게다가 바다로 되돌아가는 물에 인간이 개입하기도 합니다. 지하수와 댐 개발입니다. 인간이 땅속 깊이 갇혀 있던 지하수를 퍼올려 쓰면, 원래 순환에 참여하지 않던 물이 강을 거쳐 바다로 새로 흘러들어 M을 아주 조금 늘립니다[7]. 반대로 댐에 물을 가두면 그만큼 바다로 가는 물이 줄어 M이 아주 조금 줄어듭니다[8]. 두 효과는 대체로 상쇄되지만, 최근에는 지하수 개발 쪽이 조금 더 커서 아주 작게나마 M을 늘리는 쪽으로 기울어 있습니다[9].
정리하면, 바다에는 해수면 수위가 오르면 덩달아 증발량도 증가해서 해수면 수위가 상승하는 것을 스스로 조절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 당장 온실가스 배출이 멈춘다 해도, 이미 바다에 들어온 물과 이미 바다에 쌓인 열은 저절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특히 열은 심층으로 천천히 섞여 들어가므로, 대기 온도가 안정된 뒤에도 열팽창은 수백 년간 관성적으로 지속됩니다. 이 점이 무섭고 안타까운 점입니다.
맺으며
공식 두 개로 시작했습니다.
V = M ÷ ρh = V ÷ A
합치면 이렇습니다.
h = M ÷ (ρ × A)
지구 온난화는 육지의 얼음을 녹여 바닷물 질량 M을 늘리고, 바다를 데워 바닷물의 밀도 ρ를 줄입니다. 해수면 넓이 A는 그대로입니다. 그래서 해수면이 오릅니다. 그리고 떠 있는 얼음은 이미 바닷물 질량 M에 반영되어 있으므로, 녹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뉴스에서 해수면 수위 이야기를 보실 때 질량 M과 밀도 ρ를 떠올려 보십시오. 같은 뉴스가 전혀 다르게 읽힐 것입니다.
References
[1] NOAA. (n.d.). The ocean. https://www.noaa.gov/jetstream/ocean (해양 표면적 약 3억 6,100만 km², 지구 표면의 약 71%)
[2] NOAA Ocean Exploration. (n.d.). How much of the ocean has been explored? https://oceanexplorer.noaa.gov/ocean-fact/explored/
[3] NASA Ocean Warming https://science.nasa.gov/earth/explore/earth-indicators/ocean-warming/
[4] NASA Sea Level Change Portal, NASA Analysis Shows Unexpected Amount of Sea Level Rise in 2024 (2025. 3.). https://sealevel.nasa.gov/news/282
[5] 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 IMBIE. (n.d.). Ice sheets. https://climate.copernicus.eu/climate-indicators/ice-sheets
[6] NOAA, JetStream: What a Cycle! (해양 증발량의 약 90% 이상이 강수로 바다에 직접 되돌아감). https://www.noaa.gov/jetstream/max-what-cycle
[7] Wada, Y., van Beek, L. P. H., Weiland, F. C. S., Chao, B. F., Wu, Y. H., & Bierkens, M. F. P. (2012). Past and future contribution of global groundwater depletion to sea-level ris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39, L09402.
[8] Chao, B. F., Wu, Y. H., & Li, Y. S. (2008). Impact of artificial reservoir water impoundment on global sea level. Science, 320, 212–214.
[9] Wada, Y. (2016), in Recent Changes in Land Water Storage and its Contribution to Sea Level Variations, Surveys in Geophysics, 38, 131–152. (2002~2014년 지하수 고갈 기여분이 저수지 담수 기여분을 초과). 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10712-016-93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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