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shery Game과 내쉬 균형

🎣 Fishery Game과 내쉬 균형

“전략이 아니라 구조가 행동을 만든다”

Fishery Ltd. Game(이하 피셔리 게임)을 해보면, 누구도 악의를 품지 않았는데도 어장(공유 자원)은 고갈됩니다. 참가자들은 각자 합리적인 결정을 했지만, 결과는 공멸이었죠.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모든 팀이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 전략을 세웠는데… 결과는 참담한 자원 고갈.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구조가 행동을 결정한다’는 시스템사고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전에 잠시 게임이론의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이란 개념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 모두가 합리적인데 왜 모두가 실패할까?

이런 결과는 게임이론의 대표 개념인 내쉬 균형(Nash Equilibrium)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 전략을 바꿔봐야 손해이고, 남도 마찬가지인 상태
→ 이것이 바로 ‘내쉬 균형’입니다.

쉽게 말해, 모두가 자기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전략을 바꿀 유인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때의 전략 조합이 바로 **‘균형’**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 모두가 최선을 골랐는데 결과는 최악일 수 있는 구조.
✔ 그게 바로 죄수의 딜레마이고, 바로 Fishery Game에서 우리가 겪은 상황입니다.

이 개념은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John Forbes Nash, Jr., 1928~2015)가 제안한 것입니다. 그는 영화 A Beautiful Mind의 실제 주인공이기도 하지요. 

내쉬 균형을 설명하는 다양한 문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 “모두가 전략을 바꿔봐야 손해이므로 움직이지 않는 상태”
B. “다른 사람 전략에 영향 받고, 나도 영향 주는 구조 속에서 최선이라고 믿는 선택”
C. “개인이 똑똑해서라기보다, 불신과 협력 유인 부재라는 구조의 산물”
D. “모두 개별 최적을 추구한 끝에, 집단 파국에 이르는 상태”
E. “전략을 바꿀 유인이 존재하지 않는, 결정론적 안정 상태”
F. “모두가 ‘남들이 이럴 거야’라고 가정하고 행동한 자기 강화 구조”

이렇게 보면, 내쉬 균형이란 개념은 하나지만, 그 설명 방식은 강조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죄수의 딜레마로 이해하는 내쉬 균형

죄수의 딜레마는 두 사람이 협력하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서로를 믿지 못해 배신을 선택하는 고전적인 게임이론 시나리오입니다. 

→ 내쉬 균형은 ‘A 배신, B 배신’입니다. 아무도 전략을 바꿔봤자 더 나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 피셔리 게임에서의 내쉬 균형

Fishery Game에서도 이와 유사한 구조가 작동합니다: 

여기서 내쉬 균형은 모두가 탐욕 전략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 "다른 팀이 절제한다면, 우리가 탐욕을 부리는 게 이득"
  • "다른 팀이 탐욕을 부린다면, 우리도 탐욕을 부려야 덜 손해"

이러한 '합리적' 판단이 모든 팀에서 동시에 일어나면서, 결국 자원 고갈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 내쉬 균형의 핵심

  • 전제 조건: 모두가 다른 사람의 전략을 알고 있고, 각자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 결과 조건: 어느 누구도 자신의 전략을 바꿔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 핵심 통찰: 합리적인 개인 선택비합리적인 집단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시스템다이내믹스(SD)에서 본 내쉬 균형

내쉬는 복잡한 수학으로 내쉬 균형을 풀어냈지만 시스템다이내믹스의 시스템사고 분석으로는 좀 더 직관적인 그림과 그래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다이내믹스의 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내쉬 균형은 ‘정태적’ 사고입니다. 하지만, 시스템다이내믹스는 변화의 관점을 제기합니다. 

만약 죄수의 딜레마나 피셔리 게임이 여러 차례 반복된다면 어떨까요?
실패를 통한 학습이 일어나 다른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구조적 원인을 발견하고, 그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구조를 인식하게 되고,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시스템다이내믹스 사고 체계 중 하나인  동태적 사고입니다.


🔁 구조가 전략을 이긴다

시스템다이내믹스에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Structure produces behavior.”

구조가 플레이어의 행동(행태) 패턴을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문장을 이렇게 바꿔볼 수도 있겠습니다.
“전략이 행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구조가 전략을 만든다.”

즉, 구조가 전략을 이긴다.

동의하시나요? 여러분들이 각 팀별로 최선을 다해 전략을 세웠지만 결국 공멸했습니다. 그래서 구조가 전략을 이긴다는 극단적인 표현을 사용해 봤습니다. 

💼 기업 전략의 문맥에서 생각해 보기

경쟁 전략의 세계에서도 피셔리 게임은 그대로 반복됩니다.

  • 한정된 자원: 인재, 시장 점유율, 부동산 투기

  • 반복되는 경쟁: 가격 인하, 출혈 경쟁, AI 인재 쟁탈

  • 결과: 모두가 지치고, (산업) 생태계가 파괴됨

이런 상황은 내쉬 균형의 기업판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 CSV와 ESG는 구조를 바꾸는 시도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CSV(Creating Shared Value)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는 이런 관점에서 중요합니다. 이들은 기존에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로 치부했던 요소들을 내생 변수로 관리하겠다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이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너무 경쟁 심리에 매몰되어 구조를 함께 바꾸는 정신 모델(mental model)을 훈련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다시 피셔리 게임으로 돌아가서…

피셔리 게임 이후,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구조적 사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아무도 전략을 바꾸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구조라면 협력적 전략이 내쉬 균형이 될 수 있을까요?"

"그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건 제도인가, 신뢰인가, 정보 공유인가?"

"상대보다 빨리 고기를 잡자는 생각에서, 어떻게 해야 고기가 계속 자라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전환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할 때,
우리는 전략가를 넘어서 구조 설계자(structure designer)가 됩니다.

실제 공유지의 비극 문제를 극복한 사례는 많습니다. 

  •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 해양관리협의회) 인증 어업
  •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의 실증 연구 사례 
특히 엘리너 오스트롬이 "Governing the Commons" (1990)에서 밝힌 공유자원 관리의 8가지 설계 원칙은 눈여겨 보시고 기업 맞춤형으로 고민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명확한 경계 설정(누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지)
  2. 현지 조건에 맞는 규칙 수립
  3. 규칙 수립에 모든 이해관계자 참여
  4. 효과적인 모니터링 시스템
  5. 단계적 제재 조치
  6. 갈등 해결 메커니즘
  7. 자원 관리에 대한 최소한의 외부 간섭
  8. 중첩된 거버넌스 구조(larger, nested enterprises)

🧠 마무리하며

피셔리 게임은 단지 환경 교육 도구가 아닙니다.
내쉬 균형이 만든 함정
시스템다이내믹스가 제안하는 구조 변화의 가능성
함께 사유하게 만드는 깊은 시뮬레이션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우리 기업만의 전략을 잘 세우는 것보다, 전략을 바꿀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래서
“모두가 전략가가 되려는 시대, 진짜 필요한 건 구조 설계자입니다.”
“우리는 모두 게임을 하지만, 누군가는 게임의 규칙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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