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만 보이는 것들
[시스템사고 팟캐스트] 음성으로 요약본을 들어 보세요. (5분 48초) 클릭 카페에 있는 책 중에 하나 골라서 읽어봤습니다. 이야기 꾼 성석제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른 책입니다. 본인의 여러 단편 소설을 묶은 책인데 그 중에서 "천애윤락"을 읽다보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성석제 (2002) 천애윤락. In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pp. 42–75). 창비. 책에서 천애윤락을 소개하더군요. 호(號)는 향산거사(香山居士)요, 자(字)는 낙천(樂天)인 백거이(白居易) 가 남긴 「비파행(琵琶行)」 에 나오는 문구라고 하더군요. 덕분에 이리저리 검색하면서 비파행의 아름다운 문체와 그 애뜻한 내용에 흠뻑 빠졌습니다. 아쉽게도 이 글은 비파행을 소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꼭 직접 검색해서 찾아보세요. 인공지능도 도움을 줄 겁니다. 탐색하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겁니다. 꼭 해 보세요. 저는 내용 중에서도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천애윤락인(天涯淪落人)' 이라는 표현에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이 한 구절을 곱씹으면서, 임마누엘 칸트의 '경계' 개념, 그리고 시스템사고에서 말하는 '시스템 경계(boundary)'의 의미까지 생각의 오지랖이 뻐쳤기 때문입니다. 경계에 선 사람들 '천애(天涯)'는 하늘과 물가라는 뜻이 결합한 것으로 문자 그대로 '하늘의 끝'을 뜻합니다. 자연스럽게 단순히 물리적 거리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학에서는 더 이상 갈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돌봐 줄 이 없는 한계선 을 뜻으로 주로 사용합니다. 천애고아(天涯孤兒)가 대표적이죠. '윤락인(淪落人)'은 물에 빠진다는 뜻과 떨어진다는 뜻이 결합해서 물에 빠져 가라앉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사회적 몰락, 고립, 주변화를 겪고 있는 사람, 영어로 표현하면 marginalized, 혹은 더 이상 밀려날 곳 없는 존재 를 뜻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백거이의 비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