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강 소감문에 대한 단상] 효율적인 리더가 되겠다?

[시스템사고 팟캐스트] 음성으로 요약본을 들어 보세요(6분 31초). (클릭) 

이 활동을 통해 현재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다들 말로만 기후 위기, 탄소 감축에 관해 이야기만 하지, 정말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은 잘 보지 못했고, 그중 하나가 나이기도 했다. 오늘 강의를 토대로 기후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특히 C-ROADS를 활용하여 최소 적정 온도를 겨우 맞추는 데에도 여러 국가의 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마무리를 지으며 교수님께서 “시스템은 가치 중립적이며 좋고 나쁜 것은 불분명하기에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따라서 이것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될 가능성이 있고 환경은 윤리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던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것은 환경과 개인의 이익은 별개의 영역이고 둘 중 하나를 더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내게 당연하게도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에게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강의의 끝 무렵에 교수님께서 박수를 예시로 사람들은 남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해 주셔서,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반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내가 모범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후에 리더의 직무를 맡게 되었을 때나, 경영을 하게 되었을 때 말로만 지시를 내리지 않고 내가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과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와는 다른 통찰력을 가진 이들 또한 수용하는 것이 꽤 중요할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 강의를 토대로 앞으로의 나의 진로에서도 한 사업을 이끌어 낼 때 한 가지 요소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변수들까지 고려하는 효율적인 리더가 되어야 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리더가 되겠다”는 말 앞에서 멈춰 선 이유

어느 고등학교에서 세계기후변화협상게임(World Climate Simulation Game)을 마치고 한 학생께서 제출하신 수강 소감문을 읽던 중, 마지막 문장에서 저는 한동안 시선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한 가지 요소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변수들까지 고려하는 효율적인 리더가 되어야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문장은 참으로 진심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로서는 한 박자 멈추어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했습니다. ‘효율적인 리더’라는 표현 때문입니다. 효율성이라는 단어 앞에서 저는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그 말이 품은 무게와 함의는 단순히 ‘능률이 높다’는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효과성을 지향하지만, 효율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 딜레마

저는 평소 ‘효과성’, 곧 방향과 목적의 정합성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하지만 방향이 설정되면, 자연히 '어떻게 갈 것인가'라는 문제와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이때 효율성이라는 기준이 다시 고개를 들곤 합니다.

그렇기에 늘 딜레마입니다.

  • 목적을 중시하면 수단은 따라와야 합니다.

  • 하지만 수단을 따지다 보면 오히려 목적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이 딜레마는 기업 경영 전략, 공공정책, 교육제도, 그리고 일상적 삶의 선택들 속에서도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시스템은 가치중립적입니다. 그러나 선택은 책임입니다.

소감문에 또 하나 기억에 남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시스템은 가치 중립적이며, 좋고 나쁨은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

이 표현은 제가 강의 중에도 자주 드리는 시스템사고의 핵심 문장입니다. 시스템은 중립적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며, 결국 그 선택에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시스템을 운용할 때, 자칫 ‘잘 작동하는 나쁜 시스템’이 정당화될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현실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이 진정한 리더십일 수는 없습니다.


시스템사고의 질문:

“오늘 나는 어떤 흐름을 선택하였는가?”

이 학생의 소감문은 기후 위기의 복잡함에 대한 진심 어린 성찰, 그리고 자신의 태도와 역할에 대한 진지한 다짐이 담겨 있어 저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의 '효율적인 리더'라는 표현이 혹시 이 모든 복잡한 사유와 성찰을 너무 빠르게 요약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시스템사고는 결과보다 흐름에 주목합니다.

  • 오늘 나는 어떤 흐름을 선택하였는가?

  • 그 흐름은 어떤 저량(결과)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 그리고 그 흐름과 저량 사이에 존재하는 지연을 나는 인식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이야말로, 우리가 더 깊이 있는 선택을 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이라 생각합니다.


‘효율성’이라는 말의 이면을 성찰합니다

효율성은 때로 ‘최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됩니다.
이른바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논리가 대표적이지요.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등변 삼각형 게임에서 저희가 몸으로 체험하는 바로 그것입니다.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수록 전체 시스템이 오히려 불안정해지고,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흔들리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등변 삼각형 게임과 시스템사고 (2) -….

그 이유는 바로 연결성에 있습니다.
부분 최적화를 추구할수록 상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기 쉽습니다. 결국 효율성이라는 기준이 스스로를 강화하는 자기강화 루프로 작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건 어떨까요?

“복합적인 변수들을 고려하는 효율적인 리더가 되겠다.”

이 문장을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만드는지를 성찰하는 시스템 리더가 되겠다.”

효율성은 시스템이 설계하는 조건입니다.
그러나 리더는 시스템의 운용자가 아니라, 구조를 성찰하고 재설계할 수 있는 존재이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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