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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versity Myth] #1. 콜럼버스는 정말 '최초의 다문화주의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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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iversity Myth] #1. 콜럼버스는 정말 ‘최초의 다문화주의자’였을까?  [시스템사고 팟캐스트] 음성으로 요약본을 들어 보세요(6분 5초) 클릭 — 시스템사고 관점에서 보는 문화의 이분법 최근에 읽고 있는 책입니다. 첫 장을 읽고 나서 끝까지 읽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책일 수 있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몇 마디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남깁니다. 이 책, The Diversity Myth: Multiculturalism and Political Intolerance on Campus는 데이비드 삭스(David O. Sacks)와 피터 틸(Peter Thiel)이 1995년에 공저한 책으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고등 교육기관 내의 다양성, 다문화주의,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다문화주의와 다양성 담론이 자유로운 학문 탐구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양성이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자유주의적 가치와 보수적 비판 사이에서 논쟁의 중심이 되었으며, 특히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자인 피터 틸의 초기 사상적 배경으로도 주목받아 왔습니다. 특히 피터 틸은 트럼프 정부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책 첫 페이지는 콜롬버스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1492년, 콜럼버스는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넜습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신세계’였고, 그 만남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갈등과 질문을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The Diversity Myth》라는 책의 도입부는 이 장면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Christopher Columbus, the First Multiculturalist”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화의 첫 만남은 신세계를 수 세기 동안 괴롭혔다.” 이 표현을 읽고 저는 무척 불편했습니다. 왜 불편했을까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

무기력을 이기는 시스템사고 (1) — 태도와 전략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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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사고 팟캐스트] 음성으로 요약을 들어 보세요. (7분 9초) 클릭 세상을 시스템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종종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마치 거대한 물결 앞에 선 작은 배처럼, 시스템의 힘은 때로 너무나 강력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무력감은 가장 위험한 태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어차피 난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맞는 말입니다. 시스템은 크고, 우리는 작습니다. 그래서 시스템은 종종 개인을 압도하는 힘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거대한 물결 앞에 선 작은 배처럼, 인간은 종종 무기력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시스템사고는 단지 “구조를 보라”는 통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그것은 “당신도 그 구조의 일부”라는 불편한 진실을 함께 제시합니다. 다시 말해, 구조는 우리를 만들지만, 우리 역시 구조를 구성합니다. 오늘은 이 무기력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시스템사고의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시스템은 가치 중립, 태도는 선택 우선 하나의 대전제를 세워봅시다. 시스템은 가치 중립적이다. 그러나 태도는 절대 중립일 수 없다. 이 통찰은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Viktor E. Frankl)의 다음 말과도 닿아 있습니다. “시련을 주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어도, 그 시련에 대한 태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 『죽음의 수용소에서』, p.233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또 다른 딜레마가 생깁니다. 시스템은 그대로인데, 태도만 바꾸라고 말하면 결국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1964년 줄리안 로터(Julian Rotter)가 제시해서 환경 교육의 근간이 된 내적 조절점(Internal locus of control)의 한계와 연결됩니다. 내적 조절점 또는 내적 통제라는 개념에 따르면 자신의 행동과 노력이 결과를 결정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계층 구조의 벽, 경제 양극화의 벽등은 개인의 노력으로 해결이 안 되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시스템사고를 ...

경연제도와 시스템사고: 세종대왕의 조세제도 개혁에서 배우는 구조적 경청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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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면 빠른 해결책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문제는 단순한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사고는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접근법이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현대인들에게 부적합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런 방식은 우리 역사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조선시대 '경연(經筵)' 제도를 통해 시스템 문제 해결의 지혜를 살펴보려 합니다. 특히 세종대왕이 경연을 통해 조세제도를 어떻게 개혁했는지 알아보면서, 현대 시스템사고의 원리와 놀랍도록 닮아있는 우리 전통의 지혜를 재발견하려 합니다. 경연제도의 역사: 집단지성의 전통 경연(經筵)은 글자 그대로 “경전을 펼쳐놓는 자리”라는 뜻으로, 왕과 신하가 함께 유교 경전과 역사서를 공부하고 국정을 논의하던 제도였습니다. 고려 인종 때 시작되어 공민왕 때 정례화되었고, 조선시대에 들어 더욱 체계화되었습니다. 특히 세종대왕 시기에 전성기를 맞았는데, 『세종실록』에 따르면 세종은 즉위 32년 동안 약 1,900회 내외의 경연을 열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세종이 얼마나 토론과 집단지성을 중시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경연은 단순한 강독 자리가 아니라, 왕과 신하가 서로의 견해를 개방적으로 공유하고 비판을 주고받는 공간이었습니다. 이는 시스템사고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관점의 경청과 합의 기반 문제 해결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종의 경연 운영 방식: 시스템사고의 원형 세종의 경연은 몇 가지 특징적인 운영 방식을 보였습니다: 개방성 : “벼슬의 높고 낮음을 가리지 말고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라”고 지시하며 다양한 관점을 존중했습니다. 지속성 : 한 사안을 여러 차례 논의하면서 충분한 숙의를 거쳤습니다. 통합적 관점 : 현전 학자, 의정부 대신, 지방관 등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고 통합했습니다....

내 마라톤 전략에 대한 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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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쉬면서 달리는 것이 정답일까?” – 마라톤 전략에 숨겨진 딜레마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전략과 조언을 접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는 ‘쉬면서 달리기’라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뛰다가 걷고, 다시 뛰는 것을 반복하는 전략이지요. 저 역시 이 전략을 실제로 훈련과 대회에서 활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 전략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1. 심박수가 안정되는데, 굳이 쉬어야 할까? 장거리 러닝을 하다 보면 오히려 심박수가 안정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150을 넘던 심박수가 어느 순간 130대에서 고정되는 느낌. 이때 드는 생각은 단순합니다. “굳이 다시 걷고 뛸 필요가 있을까?” 심박이 안정된다는 것은 몸이 페이스에 적응했다는 뜻 아닐까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심박수는 안정돼도, 근육과 관절은 계속 손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체력적 안정은 착각일 수 있다. 실제로는 피로가 누적되며 끝의 ‘벽’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는 중일 수도 있다. 2. 일정 페이스로 뛰면 더 빠르고 효율적일까? 쉬다 뛰는 전략은 전체 시간을 길게 만듭니다. 반면 일정한 강도로 꾸준히 달리면 기록이 단축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마라톤 대회는 시민들의 일상을 제한합니다. 도로 통제, 교통 불편, 소음…  저는 지난 4월 27일에 개최한 서울하프마라톤 대회에서 극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결승점인 상암 월드컵 경기장 도로변에서 시민 한 무리가 확성기, 북, 꽹가리로 크게 외친 내용은, "시도 때도 없이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 때문에 인근 상인 죽어간다!" 였습니다.  “나 혼자 오래 뛰겠다는 이유로 수많은 시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이 생각은 가볍지 않습니다. 마라톤은 공동체의 협조 속에서만 성립되는 경기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러너가 빠른 기록을 위한 달리기를 해야만 할까? 천천히 달리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달리기 문화의 다양...

[수강 소감문에 대한 단상] 효율적인 리더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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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사고 팟캐스트] 음성으로 요약본을 들어 보세요(6분 31초). (클릭)  이 활동을 통해 현재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다들 말로만 기후 위기, 탄소 감축에 관해 이야기만 하지, 정말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은 잘 보지 못했고, 그중 하나가 나이기도 했다. 오늘 강의를 토대로 기후 변화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 특히 C-ROADS를 활용하여 최소 적정 온도를 겨우 맞추는 데에도 여러 국가의 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마무리를 지으며 교수님께서 “시스템은 가치 중립적이며 좋고 나쁜 것은 불분명하기에 관점에 따라 달리 해석된다. 따라서 이것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 될 가능성이 있고 환경은 윤리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라고, 말씀하셨던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것은 환경과 개인의 이익은 별개의 영역이고 둘 중 하나를 더 내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내게 당연하게도 좋은 것으로 생각하는 부분들이 나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이들에게는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또한 강의의 끝 무렵에 교수님께서 박수를 예시로 사람들은 남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해 주셔서,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반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내가 모범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이후에 리더의 직무를 맡게 되었을 때나, 경영을 하게 되었을 때 말로만 지시를 내리지 않고 내가 먼저 발 벗고 나서서 알려주어야 한다는 점과 나를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고, 나와는 다른 통찰력을 가진 이들 또한 수용하는 것이 꽤 중요할 것 같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오늘 강의를 토대로 앞으로의 나의 진로에서도 한 사업을 이끌어 낼 때 한 가지 요소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복합적인 변수들까지 고려하는 효율적인 리더 가 되어야 겠다고 다짐을 할 수 있었다.   “효율적인 리더가 되겠다”는 말 앞에서 멈춰 선 이유 어느 고등학교에서 세계기후변화협상게임(World Clim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