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라톤 전략에 대한 의심
“쉬면서 달리는 것이 정답일까?” – 마라톤 전략에 숨겨진 딜레마들
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전략과 조언을 접하게 됩니다. 그 중 하나는 ‘쉬면서 달리기’라는 방식입니다. 말 그대로, 뛰다가 걷고, 다시 뛰는 것을 반복하는 전략이지요. 저 역시 이 전략을 실제로 훈련과 대회에서 활용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이 전략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1. 심박수가 안정되는데, 굳이 쉬어야 할까?
장거리 러닝을 하다 보면 오히려 심박수가 안정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처음에는 150을 넘던 심박수가 어느 순간 130대에서 고정되는 느낌. 이때 드는 생각은 단순합니다. “굳이 다시 걷고 뛸 필요가 있을까?” 심박이 안정된다는 것은 몸이 페이스에 적응했다는 뜻 아닐까요?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 심박수는 안정돼도, 근육과 관절은 계속 손상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체력적 안정은 착각일 수 있다. 실제로는 피로가 누적되며 끝의 ‘벽’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는 중일 수도 있다.
2. 일정 페이스로 뛰면 더 빠르고 효율적일까?
쉬다 뛰는 전략은 전체 시간을 길게 만듭니다. 반면 일정한 강도로 꾸준히 달리면 기록이 단축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마라톤 대회는 시민들의 일상을 제한합니다. 도로 통제, 교통 불편, 소음…
저는 지난 4월 27일에 개최한 서울하프마라톤 대회에서 극적으로 경험했습니다. 결승점인 상암 월드컵 경기장 도로변에서 시민 한 무리가 확성기, 북, 꽹가리로 크게 외친 내용은, "시도 때도 없이 개최하는 마라톤 대회 때문에 인근 상인 죽어간다!" 였습니다.
“나 혼자 오래 뛰겠다는 이유로 수많은 시민에게 민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이 생각은 가볍지 않습니다. 마라톤은 공동체의 협조 속에서만 성립되는 경기이니까요.
하지만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모든 러너가 빠른 기록을 위한 달리기를 해야만 할까?
- 천천히 달리는 이들의 존재 자체가 ‘달리기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아닐까?
3. 리듬을 끊을 것인가, 유지할 것인가
걷는 순간, 집중은 끊깁니다. 마라토너들이 이야기하는 ‘존(ZONE)’ 상태에서 벗어나게 되지요.
다시 달리려면 집중을 다시 모아야 합니다. 이 반복은 정신적 피로를 부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문해 볼 수 있습니다.
- 리듬은 유지되지만,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것과
- 리듬은 끊기지만, 체력을 조절해 다시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가?
4. 회복은 몸이 아니라, 선택이다
가장 큰 질문은 이것입니다.
쉬는 구간은 ‘신체가 요구해서’ 만들어진 걸까, 아니면 ‘내가 선택한 것’일까? 만약 내 몸이 아직은 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면, 내가 느끼는 피로는 단지 두려움이나 습관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몸이 말해주지 않더라도, 미리 회복 구간을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지혜로운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은 항상 ‘경고음’을 울리지 않습니다. 조용히 무너지는 법도 있지요.
결론 대신, 질문으로 마무리하며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질문들을 붙잡고 고민 중입니다.
- 나는 달리는가, 쉬는가?
- 아니면 그 사이를 조율하며 ‘살아 있는 조절 시스템’으로서 달리는가?
- 그리고 이 선택은 나만을 위한 것인가,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마라톤은 결국 우리 삶과 닮아 있습니다.
달리고, 쉬고, 때론 너무 늦었나 싶어도 다시 걷고.
혹시 당신은 어떤 리듬으로, 어떤 전략으로 ‘당신의 마라톤’을 달리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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