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변 삼각형 게임과 시스템사고 (1) - 지렛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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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게임을 소개해 드리려 합니다. 이름도 생소한 “이등변 삼각형 만들기 게임”인데요. 처음 들으면 수학 수업에서나 할 법한 활동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게임은 ‘지렛대 효과(Leverage Effect)’를 체감하도록 돕는 일종의 시스템사고 학습 도구입니다. 특히 조직이나 사회 안에서 작동하는 ‘정책 하나가 생각보다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혹은 ‘정말 열심히 노력해도 왜 별다른 변화가 없는지’를 간접적으로 깨닫게 해줍니다.

오늘 포스트에서는 게임의 간단한 규칙과 진행 방식, 그리고 게임이 시사하는 바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게임의 전체적인 개요

이 게임은 여러 명이 넓은 공간에 둥그렇게 서서, 각자 서로 다른 두 사람을 ‘기준’으로 삼아 움직이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플레이어들은 스스로 선택한 두 사람과 같은 거리를 유지하는 ‘이등변 삼각형 관계’를 계속 만들어야 하죠. 규칙은 어렵지 않습니다.

  1. 인원과 공간

    • 대략 10명 이상, 최대 30~40명 정도가 적당합니다.
    • 저는 한 번에 할 때 6명 단위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교실 등의 공간을 고려하면 적당한 것 같습니다. 
    • 가로세로 9m 정도 되는 넓은 공간(장애물 없는 곳)에서 진행하면 좋아요.
  2. 준비물

    • 특별히 준비할 물건은 없습니다.
    • 사람들이 ‘누가 누구를 기준으로 삼을지’를 구분할 수 있도록, 진행자가 간단한 특징(옷 색깔 등)을 지정해 주면 됩니다.
    • 저는 간단하게 두 사람을 지목해 보라고 합니다. 
  3. 게임의 핵심 규칙

    • 모든 참가자는 원형을 이루어 서서, ‘A라는 사람’, ‘B라는 사람’을 각각 한 명씩 선택합니다.
    • 플레이어 본인이 직접 선택받을 수도 있지만, 본인은 자기 자신을 고를 수 없습니다.
    • 게임이 시작되면, “내가 기준으로 삼은 두 사람(A, B)과 나 사이의 거리가 같아지도록(이등변 삼각형)” 천천히 움직입니다.
    • 중요한 것은, A나 B가 움직이면 그에 따라 다시 삼각형 거리를 맞추기 위해 또 움직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과정을 짧게 들으면 “별거 아닌데?” 싶지만, 실제로 해 보면 집단 전체가 빠르게 뒤엉키며 이동을 시작합니다. 그 결과 한참 걸린 끝에야 비로소 모두 멈추게 되거나, 혹은 도중에 특정 누군가에게 ‘움직이지 말라’는 제약(=정책)을 주면 아주 다른 양상이 나타납니다.


2. 게임의 흐름: 세 번의 시도

이 게임은 보통 세 번 정도 반복을 합니다.

  1. 첫 번째 게임

    • 진행자는 “두 사람(A, B)을 골라, 그들과 같은 거리를 만들도록 계속 움직이세요”라고만 지시합니다.
    • 그러면 참가자들은 원에서 빠져나와, 각자 삼각형 모양을 완성하려고 이리저리 움직이게 됩니다.
    • 결국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균형점(더 이상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지점)에 도달하거나, 한참 후에야 억지로 “그만!”을 선언하게 됩니다.
  2. 두 번째 게임

    • 비슷한 규칙이지만, 진행자가 미리 “집단 전체의 기준”이라 할 만한 한 사람(또는 요소)을 특정해둡니다.
    • 그리고 게임이 시작된 뒤, 해당 “집단 전체 기준”이 되는 사람을 중간에 ‘멈춰’ 보라고 합니다.
    • 그 순간, 그 사람에게 연동되어 있던(=그 사람을 기준으로 삼았던) 사람들도 곧 멈추거나, 전체가 동시에 짧은 시간 안에 움직임을 줄이고 정지 상태에 들어갑니다.
    • 즉, 하나의 강력한 정책(집단 전체가 영향받는 요소)을 바꾸면 시스템 전체가 빠르게 변화를 멈출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3. 세 번째 게임

    • 이번에는 반대로, 거의 아무도 기준으로 삼지 않은 사람(‘외톨이 기준’)을 멈추게 만듭니다.
    • 그러면 그 사람을 멈춘다고 해도, 나머지 대다수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하므로 시스템이 그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지렛대 효과가 약하거나 전혀 없는 정책(=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지점)에 ‘개혁’을 가했을 때, 결국 시스템 전체가 제대로 달라지지 않는 상황과 유사합니다.

3. 시스템사고 관점에서의 해석

이 게임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렛대 효과(Leverage)’입니다. 시스템사고에서 ‘지렛대’는 “가장 적은 노력으로도 시스템 전체를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지점”을 의미합니다.

  1. 내부 원인 vs. 외부 요인

    • 많은 문제에서 사람들은 “외부 환경 탓”을 하기 쉽지만, 사실 그 시스템 내부의 정책이나 구조(=규칙)가 문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게임에서는 참가자 개개인의 선택(어떤 사람을 기준으로 삼는지)이 복잡하게 얽혀서 움직임이 유발되죠. ‘정책’도 실제로는 그와 비슷하게 다른 정책들과 상호작용하며 의도치 않은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2. 의도치 않은 결과

    • 내가 옆으로 한 발만 움직였을 뿐인데도, 상대가 갑자기 우왕좌왕하게 될 수 있습니다.
    • 실제 정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규제를 바꾼다고 해서 ‘당연히 좋은 방향으로만’ 갈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연쇄작용으로 다른 곳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3. 고지렛대(High-Leverage) 정책 찾기

    • 두 번째 게임 시나리오에서 ‘집단 전체 기준’인 사람을 멈추는 순간, 모두가 짧은 시간 안에 움직임을 멈춥니다.
    • 이는 지렛대 효과가 큰 요인을 정확히 짚으면, 시스템을 훨씬 수월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 반면, ‘외톨이 기준’을 아무리 움직이거나 멈추게 해봐야, 전체 흐름에는 별 영향이 없었지요.

4. 실제 적용과 시사점

  1. 조직 관리

    • 조직 내 다양한 팀과 부서가 서로 얽혀 있을 때, 리더십이 ‘핵심 지점(집단 전체 기준)’을 건드리면 급격한 변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인사 제도(평가·보상)가 바뀌면 거의 모든 부서에 영향을 미치게 되죠.
    • 그러나 아주 작은 부서(‘외톨이 기준’)만 초점으로 정책을 바꿔 봐야, 조직 전체에는 파급력이 떨어집니다.
  2. 기후변화·환경정책

    • 게임의 예시에서도 나오듯, 기후변화 문제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 각 국가·도시마다 지렛대 효과가 큰 정책(예: 탄소세, 대중교통 혁신, 에너지 소비 규제 등)을 제대로 집행하면, 많은 부분이 짧은 시간 안에 변할 수 있습니다.
    • 반면, 지렛대 효과가 거의 없는 정책에만 집중하면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3. 교육 현장

    • 학급 운영, 교과 과정, 평가 방식 등도 비슷합니다. 교사의 아주 작은 행동 변화가 학생 전체에게 즉각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반면, 학급 운영과 거의 무관한 정책을 손보는 데만 에너지를 쏟으면 별 소득이 없을 수 있습니다.
  4. 개인 생활

    • 자기 삶에서도 적용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건강 관리를 위해 밤낮없이 열심히 운동만 하는 것보다, 일정·식습관·수면 패턴 같은 더 큰 영향 요인을 살피는 편이 효과적일 수 있죠.
    • 즉, ‘어디를 건드리면 가장 큰 변화를 낳을까?’라는 질문이 중요합니다.

마무리하며

“이등변 삼각형 만들기 게임”은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이지만, 시스템사고에서 강조하는 ‘지렛대 효과’를 아주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 내부 구조나 규칙이 어떻게 우리의 움직임(=행동)을 이끌어내는지,
  • 어떤 정책이 정말로 효과적인지,
  • 어떤 정책은 열심히 해도 별 소용이 없는지,

이 게임을 통해 단시간 안에 경험적으로 이해하게 되죠.

결국, 변화를 주도하려면 ‘시스템의 전체 구조’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가장 지렛대 효과가 큰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단순히 열심히 움직인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이 이 게임이 주는 깨달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복잡한 문제들(기후변화·교육·조직 운영 등) 역시, 이런 시각에서 접근할 때 가장 효과적인 해법을 찾게 됩니다. 꼭 한 번 직접 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아, 내가 이 사람을 선택한 게 이렇게나 영향을 주는구나!” 하는 놀라움과 깨달음은, 말로 설명하기보다 직접 몸으로 체득할 때 훨씬 더 강렬하답니다.

오늘 소개한 내용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혹시 이 게임을 실제로 진행해 보신다면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도 궁금합니다. 언제든 댓글이나 메시지로 경험을 공유해 주세요!

다음 글도 확인해 보세요.

이등변 삼각형 게임과 시스템사고 (2) - 연결성의 비밀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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