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ectronic Oracle] ④ 컴퓨터 모델이 ‘신탁’이 되지 않게 하는 세 가지 잣대

[The Electronic Oracle] ④ 컴퓨터 모델이 ‘신탁’이 되지 않게 하는 세 가지 잣대

이 글은 모델의 종류를 소개하기보다, 어떤 모델이든 ‘신탁’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반드시 점검해야 할 세 가지 구분(구조/매개변수, 외생/내생, 정확/정밀)을 정리합니다.

모델링의 본질을 묻다: The Electronic Oracle의 3가지 핵심 척도

저자 D. H. Meadows와 J. M. Robinson은 다양한 모델링 방법론을 비교하기에 앞서, 우리가 모델을 통해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정의합니다 . 다음의 개념들은 단순한 용어 정의가 아니라, 모델러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철학을 가르는 기준입니다. (p.12)

1. Structure(구조) vs. Parameter(매개변수)

"Structure와 Endogenous는 ‘설명(Why)’의 영역이고, Parameter와 Exogenous는 ‘설정(Given)’의 영역이다."

  • Structure (구조):

    • 정의: 시스템 요소들 간의 정성적인 인과관계 패턴이자 가설입니다. 이는 단순히 "A가 B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넘어, 저량(Stocks), 유량(Flows),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s), 지연(Delays), 그리고 비선형적인 의사결정 규칙을 포함하는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 전체를 의미합니다 .

    • SD의 관점: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시스템의 장기적인 거동(Dynamic tendencies)이 파라미터가 아닌 내부 구조에서 나온다고 가정합니다.

  • Parameter (매개변수):

    • 정의: 구조의 가정을 정량화하는 구체적인 숫자입니다 (예: 출생률 0.02, 가격 탄력성 -0.5). 따라서, Parameter에는 계수뿐 아니라 초기값, 임계값, 소요 시간 같은 ‘숫자로 정하는 설정’도 포함합니다.

  • 비교 및 평가:

    • 많은 통계적 모델은 파라미터 추정에 강점을 보이며, SD는 구조적 가설(피드백·지연·내생성)을 전면에 둡니다.

  • 💡 핵심 인사이트:

    • "정책이 바꾸는 것은 대개 시스템의 구조(규칙·피드백)이며, 파라미터는 그 효과의 크기를 조정할 뿐이다."

2. Exogenous(외생) vs. Endogenous(내생)

"모델의 경계가 곧 책임의 경계가 된다."

  • Exogenous (외생):

    • 정의: 시스템 외부에서 결정되어 입력되는 변수입니다모델이 설명하지 않고 '주어지는 것'으로 가정하며, 시스템에 영향을 주지만 시스템으로부터 영향을 받지는 않습니다. 즉, 현실 세계에서도 영향이 일향이라는 뜻이 아니라 모델 안에서 피드백을 받지 않게 처리된다는 뜻으로, 모델을 만든 사람의 가정입니다.  

    • 예시: "세계 유가 변동", "예측 불가능한 자연재해", "외부에서의 법/제도 변경".

  • Endogenous (내생):

    • 정의: 시스템 내부의 상호작용에 의해 계산되는 변수입니다.

    • 예시: "가격-수요-투자의 피드백으로 결정되는 생산량", "업무 부담과 이직률의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 교사 수".

  • 비교 및 평가:

    • SD는 피드백 루프를 통해 문제의 원인을 최대한 내생적(Endogenous)으로 설명하려 합니다 반면 계량경제학 모델은 상대적으로 많은 외생 변수를 사용하여 시스템을 '개방형(Open)'으로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 SD 관점에선 “재해 자체는 외생 변수"이지만, 취약성/피해 규모는 내생 변수"로 바라봅니다. 2023년 14명이 숨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라는 외생 변수 영향도 있었지만, SD 관점에서는 내생적 요인(예: 통제 시스템의 작동 실패)이 취약성과 피해 규모를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 💡 핵심 인사이트:

    • "변수를 내생화한다는 것은 문제의 책임을 시스템 내부로 끌어오는 것이고, 외생화한다는 것은 설명을 시스템 밖으로 미루는 것이다."

3. Accuracy(정확성) vs. Precision(정밀성)

"정밀함은 권위를 만들지만, 정확함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럴듯함(Plausibility)’과 ‘타당함(Validity)’을 가르는 경계다."

  • Accuracy (정확성):

    • 정의: 현실과의 일치 정도, 혹은 현실에 대한 근접성(Proximity to reality)입니다. 책에서는 '오류의 부재(Absence of error)'로 표현하기도 했으나, 사회 모델링 실무에서는 모델이 현실의 문제 상황을 얼마나 타당하게 재현하는지를 의미합니다. "약 2이다"는 참값 2.00563에 대해 정확한 표현입니다. 요약하면 현실과의 근접성(오차의 크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확성이 좋아진다는 것은 현실과의 오차가 작아진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 Precision (정밀성):

    • 정의: 표현이나 계산의 세밀함(Exactness)입니다. 유효숫자가 많은 것을 뜻합니다. "2.97351"은 매우 정밀하지만, 참값이 2.0라면 부정확한 것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정밀성은 어느 수준까지 세밀하게 표현/계산할 수 있는지만 관심이 있습니다.  

  • 비교 및 평가:

    • 컴퓨터 모델은 본질적으로 숫자를 산출하기에, 사용자에게 현실보다 더 확실하다는 '거짓된 정밀성(False Precision)'을 심어줄 위험이 큽니다. SD는 정밀한 예측(Point prediction)보다 정확한 행동 양태(Behavior Mode)를 추구합니다 .

  • 💡 핵심 인사이트:

    • "소수점 단위의 정밀한 숫자보다, 현실의 흐름을 반영하는 '정확한 행동 패턴'이 정책 오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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