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lectronic Oracle] ① 델포이의 신탁에서 AI까지: 우리는 왜 '절대적 정답'에 집착하는가?

21세기에 현직 대통령의 친위 쿠테타를 겪은 대한민국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는 이번 기회에 우리 삶의 수면 위로 드러난 '무속'입니다. 왜 무속에 의지해서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일까요? 그 뿌리는 깊습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미래가 불안할 때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결정도 델포이의 신탁(Oracle)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앞으로 시리즈 글로 다루게 될 내용은 델포이 신탁(Oracle)처럼 현대인들이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는 컴퓨터 모델에 대한 것입니다. 

컴퓨터 모델은 과거 델포이 신탁처럼 '객관적이고', '전지전능한' 것처럼 취급되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까지 결합하면서, 그 추론 과정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 놀라운 결과물에 열광하고 의사결정의 기준까지 권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The Electronic Oracle]
- Computer Models and Social Decisions
by D. H. Meadows and J. M. Robinson

이 책은 컴퓨터 모델의 유용성과 한계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D 모델링을 염두에 두는 연구자라면 보석 같은 내용이 많이 소개되는 이 책 내용을 꼭 참고해야 합니다. 

Part I 핵심 메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우리는 컴퓨터 모델을 마치 절대적 진리(Oracle)를 말해주는 도구로 오해하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컴퓨터 모델은 마법 상자가 아니며, 단지 인간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 즉, 정신 모델(Mental Model)을 수학적 언어로 번역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수학적 기법에 압도되지 마십시오. 중요한 것은 그 모델이 담고 있는 이야기(Story)와 구조(Structure)입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모델을 처음부터 수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델=현실에 대한 일반화 또는 가정의 집합

모델 중에서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인간이 숨 쉬는 매 순간마다 만드는 것이 바로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정신 모델(Mental Model)입니다. 

그런데 조직·정책 수준에서는 한 사람의 직관이 부족하니, 위원회·전문가·투표 등으로 여러 정신 모델을 통합하려고 하지만, 정신 모델을 글이나 말로 정확하게 옮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언어의 모호성, 자기 인식의 한계 때문입니다. 그래서 컴퓨터 모델이 새로운 신탁(New Oracle)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 엄밀성(Rigor): 가정을 공개해야 하고 정의를 내려야 하며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 포괄성(Comprehensiveness): 인간 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다룰 수 있습니다. 
  • 논리성(Logic): 컴퓨터는 입력된 가정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계산을 수행합니다(내적 논리성). 최근 AI의 환각(Hallucination) 문제와는 결이 다르지만, 인간의 논리가 감정이나 편향에 의해 흔들리는 것과 달리 모델은 '계산상으로는' 항상 일관됨을 의미합니다.
  • 접근성(Accessibility): 비판·수정하려고 해도 정신 모델은 감춰져 있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반면, 컴퓨터 언어로 정확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비판·수정을 할 내용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 유연성(Flexiblity): 모델의 파라미터를 바꾸는 것으로 다양한 정책과 조건을 실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컴퓨터 모델이 가진 이러한 명확성이야말로, 은밀하고 검증하기 어려운 개인의 직관(정신 모델)과 비교했을 때 진정한 의미의 '민주적 도구'가 될 잠재력이라고 봅니다. 감춰진 생각은 비판할 수 없지만, 드러난 모델은 토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런데 저자는 이질적인 두 세계가 늘 충돌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 모델러의 세계( The World of Modelers): 논리적이고, 정량적이며, 명확한 인과관계(Causality)를 추구하는 세계입니다. 이곳은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와 데이터로 구성된 질서 있는 곳입니다. 
  • 정책가의 세계( The World of Policy Makers): 가치관이 충돌하고, 정치적이며, 모호함이 지배하는 세계입니다. 이곳은 직관과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수많은 컴퓨터 모델이 있는데 왜 현실에 미치는 영향력은 적다는 점입니다.  

  • 모델러: "왜 우리 모델을 안 쓰나요?"
  • 정책 결정자: "왜 우리가 쓸 수 있는 모델을 안 만드나요?"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컴퓨터 모델은 정신 모델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교훈을 줄 수 있고, 시민이 이해할 언어로 번역될 수 있으며, 민주주의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컴퓨터 전문가 집단'이 책임 없이 권력을 쥐는 상황, 효율성이라는 칼을 쥐고 권력을 쥐는 상황(블랙 박스 모델의 정치적 수용, 기술 관료화, 능력주의-Meritocracy-의 정치 권력화)를 경계해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Part I에서 다룬 내용을 토대로 우리 스스로 던지면 좋은 질문 세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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