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개념 + -
이번에는 저를 괴롭히는, 세상에게 가장 어려운 개념인 +, -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반전의 반전이 있으니 긴장하고 이야기를 따라 오십시오.
평소 저는 시스템사고 강의할 때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같은 방향이면 + 기호를 사용하고 Positive 인과관계라고 하고, 반대 방향이면 - 기호를 사용하고 Negative 인과관계라고 설명합니다. 이때 Positive, Negative는 수학 개념일 뿐, 좋고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단단히 일러 줍니다.
(초등학생 수준)
예를 들어 출생자가 많아지면 총 인구가 많아집니다. 그러면 출생자의 변화와 총 인구의 변화가 같은 방향이기 때문에 출생자 -> 총인구(+)라고 표기합니다. 반면, 사망자가 많아지면 총인구가 감소합니다. 그러면 사망자의 변화와 총 인구의 변화가 반대 방향이기 때문에 사망자 -> 총인구(-)라고 표기합니다. 여기까지는 초등학교 수준의 설명입니다. 이제 고등학교 수준으로 넘어가면 같은 방향, 반대 방향의 의미가 더 깊어집니다.
(수준 높은 설명)
요즘 같이 출생자가 줄어드는 상황과 의료기술이 좋아서 사망자가 줄어드는 상황을 생각해 봅니다.
출생자가 줄어들면 총인구는 어떻게 될까요? 총인구가 줄어든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덫에 빠진 겁니다. 멀쩡하게 살아 있는 사람을 죽게 만드는 꼴입니다.
사망자가 줄어든다면 총인구는 어떻게 될까요? 총인구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덫에 다시 빠진 겁니다. 이미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 논리의 덫에서 벗어나려면 욕조 모델로 생각해야 합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출생자의 수를 결정하는 1번 수도꼭지를 틀거나(증가) 서서히 잠그더라도(감소) 여전히 욕조로 물은 들어갑니다. 즉, 총인구는 어떤 경우에라도 증가합니다. 증가하는 속도가 달라질 뿐이겠지요.
사망자의 수를 결정하는 2번 수도꼭지를 틀거나(증가) 서서히 잠그더라도(감소) 여전히 욕조에서 물은 빠져나갑니다. 즉, 총인구는 어떤 경우에라도 감소합니다. 감소하는 속도가 달라질 뿐이겠지요. 그렇다면 같은 방향(+), 반대 방향(-)의 표기법은 출생자와 총인구, 사망자와 총인구의 관계에는 적절하지 않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시스템사고는 영향을 주고 받는 "두 변수의 변화에 대한 관계"를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언어입니다. 이 언어에는 숨겨진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표현입니다.
영향이 같은 방향으로 미친다는 의미,
If cause(A) increases, the effect(B) increases above what it would otherwise have been, all else being equal.
If cause(A) decreases, the effect(B) decreases below what it would otherwise have been, all else being equal.
영향이 반대 방향으로 미친다는 의미,
If cause(A) increases, the effect(B) decreases below what it would otherwise have been, all else being equal.
If cause(A) decreases, the effect(B) increases above what it would otherwise have been, all else being equal.
출생자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총인구는 감소하기 때문에 같은 방향이라는 의미를 욕조 모델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출생자 -> 총인구 (+)
③번처럼 출생자가 감소하면 총인구는 ④번과 같이 변합니다. 즉, 증가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소합니다. 그래서 같은 방향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상대적인 변화 개념이 반영됩니다.
같은 방식으로
사망자가 감소하면 상대적으로 총인구는 증가하기 때문에 반대 방향이라는 의미를 욕조 모델로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망자 -> 총인구 (-)
③번처럼 사망자가 감소하면 총인구는 ④번과 같이 변합니다. 즉, 감소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래서 반대 방향이라는 의미입니다. 즉, 상대적인 변화 개념이 반영됩니다.
그런데 가장 큰 장벽을 만난 대상은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유치원생에게 시스템사고를 가르치는 모립(Moliip) 원장이 전한 말입니다.
덧셈 뺄셈과 인과 기호의 충돌은 왜? 방향 개념의 차이?
에어콘을 사용하면 시원해진다는 표현을 에어콘 사용 -> 더위 (-)라고 표현한 유치원생이 있었습니다. 에어콘 사용량과 더위는 반대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럴싸 했습니다. 그런데, 이 유치원생은 에어콘 사용을 줄이면 더워진다는 표현도 역시 반대 방향의 인과관계로 표현되기 때문에 에어콘 사용 -> 더위(-)와 같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도통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더위(-)를 빼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아이들이 시스템사고의 +, - 기호를 배우다가 덧셈 뺄셈과 헷갈리는 것에 대해 학부모가 염려'하게 되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이 문제는 더 심각하게 와 닿았다는 겁니다.마지막으로 위 ⑦번 식처럼 이제 방향을 바꿔서 왼쪽으로 1칸을 이동하게 됩니다. 자연스럽게 -1 기호를 사용하게 됩니다. 이번에는 반대 방향의 개념과 빼기 개념이 같습니다. 그래서 헷갈리지 않습니다.
- 위치벡터 (position vector): 원점에서부터의 변화량과 방향
- 변위벡터 (displacement vector): 임의 점에서 다른 점으로의 변화량과 방향
- 자유벡터 (free vector): 변화량과 방향만 표기하는 경우. "북동쪽으로 5km/h의 바람"
이 블로그를 수학 전공 박사인 친구에게 보여주었더니 예상치 못한 반박이 돌아왔습니다.
"정창권, 너 완전히 헷갈리고 있네. +5+2-4+1에서 +와 -는 연산자(operator)야. 각각 독립적인 연산이고, 앞에서 뭘 했는지는 전혀 상관없어. 그리고 -1은 1의 덧셈에 대한 역원이라고 부르는 부호(sign)야. 갑자기 '이전 방향과 관계있다'는 게 무슨 소리야?"
맞는 말이었습니다. 친구 입장에서는 시스템사고 관점에서의 '방향' 의미를 수학의 + - 기호에 맞추려는 시도가 불편했던 것입니다.
수학적으로 보면:
맥락 1: +/- 는 연산자일 뿐
a + b → +는 덧셈 연산자
a - b → -는 뺄셈 연산자
각 연산은 완전히 독립적입니다. 그 앞에 무엇이 있든 상관없이 자기 역할만 수행할 뿐입니다. +(덧셈 연산자)는 덧셈만, -(뺄셈 연산자)는 뺄셈만 묵묵히 수행할 뿐입니다.
맥락 2: +/-는 연산자가 아니라 그냥 부호
+5 → +는 양수 부호
-5 → -는 음수 부호
계산식이 아니라 그냥 +5를 말하고 -5를 말할 때는 0을 기준으로 한 상대적인 위치를 말하는 것일 뿐입니다. 역원(逆元, inverse element)이라는 개념 소개는 생략하겠습니다.
친구의 지적은 수학적으로 완전히 정확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드러났습니다.
같은 기호, 전혀 다른 세상
실제로 우리는 최소 세 개의 서로 다른 +/- 세상에서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 수학의 세상
- +5+2-4: 독립적으로 계산하는 연산자, 또는 +5나 +2나 -4를 각각 말할 때는 0을 기준으로 위치를 말해주는 부호(sign)
- 각 기호의 의미: 명확하게 정의된 연산 또는 부호
- 관계성: 이전 연산과 무관한 독립적 처리
🎯 시스템사고의 세상
- A→B(+), A→B(-): 같은 방향 또는 반대 방향의 영향 관계
- 각 기호의 의미: 변수 간 영향의 방향성
- 관계성: 변수들 사이의 인과관계가 핵심
👶 아이들의 인지 세상
- "더하기는 좋은 것, 빼기는 나쁜 것"
- 각 기호의 의미: 감정적, 직관적 해석
- 관계성: 기존 경험과의 연결로 이해
구체적인 예시로 보는 세 세상의 충돌
같은 상황을 세 관점으로 해석해보겠습니다:
상황: 에어콘 사용 → 더위 감소
수학자의 해석:
"에어콘 사용량을 x, 더위를 y라고 하면, y = -ax + b 형태의 1차 함수로 표현 가능. 여기서 -a는 음의 기울기 계수를 의미."
시스템사고 전문가의 해석:
"에어콘 사용 → 더위(-). 에어콘 사용이 증가하면 더위가 상대적으로 감소하므로 반대 방향 영향관계."
유치원생의 해석:
"에어콘 → 더위(-). 더위가 빼기? 더위를 빼면 추워져요? 근데 에어콘을 끄면 더워지는데 그것도 빼기예요?"
왜 혼란이 생기는가?
문제는 같은 기호가 완전히 다른 논리 체계에서 사용된다는 점입니다:
관점 | +/- 기호의 의미 | 해석 기준 | 혼란 포인트 |
---|---|---|---|
수학적 | 연산자/부호 | 정의된 규칙 | 아이들은 이 규칙을 모름 |
시스템사고 | 관계 방향성 | 변수 간 영향 | 수학 기호와 표기가 동일 |
아이 인지 | 감정적 의미 | 기존 경험 | 추상적 관계 이해 어려움 |
특히 아이들에게는 이 세 세상이 동시에 충돌합니다:
- 수학 시간에 배운 +/- (연산자, 부호)
- 시스템사고에서 만난 +/- (관계성)
- 일상에서 느끼는 +/- (좋음/나쁨)
무늬만 같을 뿐, 서로 다른 언어
수학자 친구의 지적 덕분에 더 명확해졌습니다. 이것은 수학이 틀렸다거나 시스템사고가 틀렸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각각 자신의 영역에서는 완벽하게 정확한 체계입니다. 문제는 같은 기호를 쓰면서 서로 다른 규칙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는 기호일 뿐이지만, 이 기호가 사용되는 언어의 문법은 전혀 다릅니다. 수학은 계산의 문법이고, 시스템사고는 관계의 문법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별에서 온 기호"라는 재맥락화 전략입니다. 같은 모양이지만 다른 언어라는 것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플러스는 같은 방향! (👏)
마이너스는 다른 방향! (👏)
다른 별에서 온 기호!
우리만의 특별한 기호!
A가 올라가요, B도 올라가요~
같이 가면 플러스! (👏)
A가 올라가요, B는 내려가요~
반대면 마이너스! (👏)
수학 기호랑 달라요~
관계의 길을 알려줘요!
플러스 마이너스! 기호 탐험가!
👧 아이들: “플러스!” (👏)
👩 “반대로 가면?”
👧 “마이너스!” (👏)
👩 “이건 뭐다?”
👧 “다른 별의 기호다!”
👩 “누구만 쓴다?”
👧 “우리가 만든 우리 기호!”
플러스는 따라가~ (➡️)
마이너스는 반대로~ (⬅️)
헷갈리지 말고~
생각하며 연결해~!
수학을 할 땐 더하기, 빼기라고 부르고 시스템사고를 할 때는 플러스, 마이너스라고 부르면 조금 구분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그래도 기호가 같으니 헷갈려 하겠지만 초등학생인 우리 아들은 이 개념을 이해 하네요~ 7살 작은 아이는 조금 알쏭달쏭해 하구요^^ 집에서 첸트 같이 해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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