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 설화 "흥부와 놀부"를 시스템사고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인과순환지도를 작성할 때 자주 발생하는 오류를 수정하고 시스템사고를 통해 한발 물러나서 자기 생각을 들여다보는 메타 인지 관점에서의 사고력 확장을 경험하셨으면 합니다.
흥부와 놀부는 한국에서 매우 잘 알려진 고전 민속 설화로, 형제 간의 성격 대비를 통해 선한 마음과 이기심의 결과를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줄거리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이야기 줄거리 요약
- 놀부는 욕심 많고 심술궂은 형,
- 흥부는 착하고 가난하지만, 인정 많은 동생입니다.
어느 날 흥부는 제비 한 마리를 다친 다리까지 정성껏 치료해 줍니다. 봄이 되어 제비는 박씨 한 알을 물어다 주고, 그 박씨를 심었더니 그 안에서 금은보화가 가득 나옵니다.
이를 본 놀부는 일부러 제비 다리를 부러뜨리고 치료한 뒤 박씨를 얻지만, 그 박씨에서는 도깨비가 나와 벌을 주거나 재앙이 생기는 결말이 그려집니다.
1단계: 인과관계 표현하기
시스템사고를 배운 학생들이 인과관계로 줄거리를 화살표로 표시하면 아마 다음과 같은 내용이 될 겁니다.
흥부 이야기
흥부의 친절함 → 제비 구조 행동 → 제비의 감사 → 박씨 선물 → 재물 획득
놀부 이야기
놀부의 욕심 → 제비 다리 의도적 절단 → 제비의 원망 → 저주받은 박씨 → 재물 손실
위 연결 구조를 변화의 관점에서 상대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를 이용하면 다음과 같이 표기할 수 있을 겁니다.
흥부 이야기
흥부의 친절함 → 제비 구조 행동(+) → 제비의 감사(+) → 박씨 선물(+) → 재물 (+)
놀부 이야기
놀부의 욕심 → 제비 다리 의도적 절단(+) → 제비의 원망(+) → 저주받은 박씨(+) → 재물 (-)
2단계: 피드백 연결 고리 찾아 내기
시스템사고의 핵심은 피드백에 있습니다. 따라서, 화살표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위의 인과관계는 권선징악의 선형적이고 단선적인 사고의 결과물일 뿐입니다. 이야기 결말 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질문이 피드백을 생각하는 여는 질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피드백을 생각하면 아마 다음처럼 표현하게 될 겁니다.
흥부 이야기
흥부의 친절함 → 제비 구조 행동(+) → 제비의 감사(+) → 박씨 선물(+) → 재물 (+) → 흥부의 친절함 (+)
놀부 이야기
놀부의 욕심 → 제비 다리 의도적 절단(+) → 제비의 원망(+) → 저주받은 박씨(+) → 재물 (-) → 놀부의 욕심(-)
3단계: 피드백 오류 확인하기피드백은 순환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순환은 일회성이 아닙니다. 피드백 구조의 특성상 계속 순환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박씨가 나올 수 있을까요? 이는 시스템사고에서 피드백 구조를 도출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 중 하나입니다. 즉, 우연적 사건이나 단일 사건(예: 박씨, 도깨비)을 변수로 취급하면 루프 구조의 반복성을 살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러 번 반복해도 좋을 일반 명사, 일반적인 개념을 변수로 써야 합니다.
특히, 위 흥부의 인과순환지도에서 피드백을 완성하는 논리를 보십시오. 흥부의 늘어난 재물이 흥부의 친절함의 원인이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흥부는 재물이 늘어나기 때문에 친절하다는 겁니다. 재물이 줄어들면 친절한 마음이 줄어든다는 논리가 되기 때문에 재물 때문에 마음이 좌지우지된다는 건데, 놀부와 뭐가 다른가요? 좀 불편해집니다. 이 설화로 수업을 하게 될 영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 과연 좋은 교훈일까요?
4단계: 마지막 퍼즐
문제를 확인했으나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피드백이 계속 반복 순환해도 괜찮을 단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권선징악 이야기는 단선적이고 일방향적 사고의 끝판왕이기 때문에 피드백으로 전환하려면 사고의 확장이 필요합니다. 이야기에 나오는 사례들은 모두 현상입니다. 이 현상이 왜 생겼을지를 탐색해야 합니다. 흥부는 제비 상황을 경험하기 이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놀부 역시 제비 상황을 맞닥뜨리기 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겁니다. 제비 사건은 빙산의 일각처럼 일회성 사건으로 보이지만 흥부와 놀부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필연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요? 한발 물러나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를 메타 인지라고 합니다.
제비, 박씨, 도깨비와 같은 우연적인 사건, 단일 사건을 일반화해야 합니다. 여러 가지가 떠 오를 수 있습니다. 정답이 없습니다. 각자의 논리로 잘 설명하면 됩니다. 저는 선행 기회 인식, 선행, 모방 행동, 비교를 통한 만족감 등의 단어가 떠올려졌습니다.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는 어떤가요?
얼마든지 다양한 구조 분석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위 구조의 장점은 흥부의 이야기와 놀부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인데, 이 구조에서는 놀부는 흥부로부터 영향을 받지만(의존적 존재) 흥부는 놀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독립적 존재) 설정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흥부는 독립적으로 구조를 구성하는 반면, 놀부는 흥부를 기준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한다는 겁니다.
즉, 흥부는 독립 변수이고, 놀부는 종속 변수입니다.
이런 분석은 단지 이야기 해석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할 겁니다.
우리는 시스템의 일부이자, 동시에 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요.
흥부와 놀부 이야기에서 시스템사고로 배울 수 있는 건 이런 겁니다.
- 선한 결과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의 반복된 결과입니다.
- 권선징악은 선형적 판단이지만, 현실은 순환 구조 속에서 작동합니다.
- 남과의 비교에서 출발한 행동은 자립적이지 못하며, 그 구조는 취약합니다.
- 진짜 교훈은 ‘착하게 살아라’가 아니라, ‘당신 안에 어떤 구조가 있고, 그것이 어떻게 강화되고 있는가’를 성찰하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 설화는 단순한 도덕 교훈이 아니라, 우리 삶에 적용 가능한 시스템사고 문해력의 입문 텍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수업에서 활용하신다면, 아이들과 함께 직접 인과순환지도 그려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박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박씨를 받게 된 구조를 찾아보자.”
이 질문 하나면 충분합니다.
참고로 변화의 관점에서 증가와 감소의 개념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변수에 이런 표현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 한자를 함께 적습니다.
~수(數), ~도(度), ~수준(水準) ~지수(指數) ~~강도(强度), ~정도(程度), ~율(率)
예시) 인구 총수, 만족도, 재물 수준, 행복지수, 피로 강도, 스트레스 정도, 규칙 준수 율
물론, 모든 변수를 위와 같이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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