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ban Dynamics의 역설과 시스템다이내믹스 & 시스템사고의 교훈

 



들어가며 

도시는 인간 활동의 집약체이며, 그만큼 복잡한 문제와 상호작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1969년 Jay Forrester가 발표한 Urban Dynamics는 이러한 도시 시스템을 동적으로 분석하려는 역사적 시도 중 하나였고, 이후 World Dynamics (1971), Industrial Dynamics (1961)와 함께 시스템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의 핵심 저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당시 Urban Dynamics는 빈곤층을 지원하기 위한 공공주택 건설이나 복지 정책이 오히려 도시의 쇠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인 주장을 제시하며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심지어 Forrester 본인은 그런 결론 때문에 “흑인 빈민층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까지 받았지만, 그가 진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시스템은 가치중립적”이며, “구조가 행동을 결정한다(Structure drives behavior)”는 시스템다이내믹스의 원리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Jay Forrester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Urban Dynamics가 보여준 ‘시스템의 역설’과 왜 이러한 역설이 발생하는지, 그리고 시스템사고와 시스템다이내믹스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Urban Dynamics의 핵심과 ‘도시 시스템’

1) 도시를 바라보는 세 가지 축: 산업, 주택, 인구

Forrester는 도시를 크게 산업(Industry), 주택(Housing), 인구(Population)라는 세 가지 주요 요소로 나누어 모델링했습니다.

  • 산업: 도시 내 일자리와 경제활동, 생산성이 어떻게 창출되는가
  • 주택: 신축/노후 주택, 빈곤층/중산층 주택 분포
  • 인구: 숙련노동자, 관리자, 비숙련·빈곤층 등 다양한 계층

도시 문제는 이 세 가지가 “피드백 루프”로 연결되는 복잡계 구조 속에서 일어나며, 한 부분을 개선하려는 단기 정책이 나머지 부분에 장기적·간접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2) “도시 쇠퇴”를 유발하는 역설적 정책

Forrester의 모델에서 특히 문제로 지적된 것은 “저소득층 공공주택 건설”“복지 지원 확대”입니다.

  • 공공주택이 늘어나면 단기적으로는 빈곤층의 거주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이로 인해 저소득 인구가 더 많이 도시로 유입되고, 생산성 증가 없이 복지 부담만 늘어나면서 도시 재정이 악화됩니다.
  •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채 복지만 확대될 경우, 노동시장의 활력이 저하되어 오히려 장기적 빈곤이 심화됩니다.

2. 시스템의 역설: 왜 좋은 의도가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가

시스템다이내믹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개념이 바로 “반직관적 행동(counterintuitive behavior)”입니다. 즉, 직관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믿었던 해법이 실제로는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현상입니다.

  1. 내부 정책이 문제를 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만, 정작 시스템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와 정책이 장기적으로 자기 스스로를 옥죄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도시 빈곤 해소를 위한 주택정책이나 복지정책이 “도시 활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 예시입니다.

  2. 해결책이 문제를 키운다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정책(예: 공공주택 건설)이 도시 내 일자리 기반을 잠식하고, 세원(稅源) 부담을 가중함으로써 인구 유출과 낙후를 더욱 가속화합니다. 이처럼 “좋은 의도”가 결과적으로 도시를 더 큰 난국으로 몰아넣는 것을 Forrester는 도시 시스템의 구조적 관점에서 설명했습니다.


3. 시스템은 가치중립적이다: ‘백인 우월주의’ 비판을 넘어서

Forrester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을 때, “흑인 빈민을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시스템다이내믹스 자체는 “정책의 옳고 그름”을 윤리·이념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 시스템 모델은 “어떤 정책을 실행하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가”를 구조와 시뮬레이션 관점에서 보여줄 뿐,
  •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지는 결국 정책입안자와 사회적 합의의 몫입니다.

이는 Jay Forrester가 여러 인터뷰에서 강조한 부분으로, 시스템은 가치판단을 하지 않으며, 구조가 행동을 결정한다(Structure drives behavior)”는 개념을 이해해야만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4. 시스템사고 vs. 시스템다이내믹스

1) 시스템사고(Systems Thinking)란?

시스템사고는 복잡한 문제를 “부분이 아닌 전체 관점”에서 바라보며, 인과관계피드백 루프를 인식하는 정성적(qualitative) 접근입니다. 사람, 조직, 환경 사이의 연결을 이해하고, “이 문제는 왜 계속 악순환이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데 주력합니다.

2) 시스템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란?

시스템사고가 ‘문제의 복잡성을 보는 렌즈’라면, 시스템다이내믹스는 거기에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정량적(quantitative) 방법론입니다.

  • “어떤 정책 변화가 5년, 10년 후에는 어떤 파급 효과를 낳을까?”
  • “내가 예상치 못했던 역효과는 무엇인가?”
    이를 컴퓨터 모델로 만들어 실험적으로 확인함으로써, 반직관적 행동을 예측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게 합니다.

Forrester는 한 인터뷰에서 시스템사고를 가리켜 “시스템다이내믹스로 가는 입구”라고 표현했습니다. 즉, 시스템사고가 복잡한 상호작용과 피드백 개념을 깨닫게 해주는 ‘문을 여는’ 역할을 한다면, 시스템다이내믹스는 실제 정량 분석을 통해 정책 설계의사결정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도구입니다.


5. 마무리하며: 시스템의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다

오늘날에도 많은 도시가 빈곤, 주거, 교통, 교육 등 복잡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기·직관적으로는 좋아 보이는 정책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Urban Dynamics가 보여준 대표적 사례입니다.

도시에 대한 접근이든, 기업 경영이든, 교육 정책이든 간에 시스템다이내믹스는 “우리가 원하던 결과와 실제 결과가 왜 다를까?”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구할 실마리를 줍니다. Urban Dynamics의 역설은 “무조건 지원하자” 혹은 “무조건 규제하자”라는 흑백논리가 아니라, “상호 연결된 구조”와 “장기 영향”을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줍니다.

Forrester가 일관되게 주장했던 것처럼, 시스템은 가치중립적입니다. 분석 결과가 “불편한 진실”일 수 있어도, 그것은 시스템 구조의 객관적 현실을 보여줄 뿐입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어떤 대안을 마련하느냐는 결국 우리의 몫입니다.


참고: Jay Forrester의 인터뷰 발췌 메모

  • “시스템사고는 시스템다이내믹스로 들어가는 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사고로 문제의 복잡성을 깨닫게 되지만, 실제로 모델을 만들어 시뮬레이션해보기 전까지는 우리의 직관이 얼마나 틀릴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 “Urban Dynamics에서 공공주택 건설이 도시를 더 힘들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을 때, 많은 비난이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시스템이 ‘어떤 결과를 낳는가’를 분석한 것이지, 빈민층을 배제하자는 주장을 한 게 아니다.”

(인터뷰 내용은 Jay Forrester가 MIT에서 진행한 구술자료와 Urban Dynamics 관련 세미나, 그리고 기타 문헌을 참조한 것임.)


글을 마치며,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문제—도시 정책, 기업 경영, 교육 제도—이 과연 ‘반직관적인 결과’를 낳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의도라 하더라도, 시스템 구조를 무시한 채 실행한 정책은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스템다이내믹스시스템사고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복잡한 세상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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